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공개한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영화가 공개될 당시 관객들은 실제로 열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공개한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영화가 공개될 당시 관객들은 실제로 열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활동사진’이라고 불리는 영화를 처음 발명한 사람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란이 따른다. 공식적으로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서는 남에게 뒤지는 걸 싫어하는 미국은 토마스 에디슨을 앞세워 ‘최초의 영화’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는 1895년에 처음 공개됐고 에디슨의 영화는 1891년에 카메라와 영사장치에 대한 특허를 냈다. 다만 에디슨의 영화는 영사장치에 눈을 대고 봐야 하는 영화로 단 1명만이 관람할 수 있어 오늘날의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영화의 원리는 1초에 여러 프레임의 사진을 동시에 촬영해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람의 눈이 갖는 착시현상과 사진의 원리, 기계 장치 등을 활용했다. 또 아날로그 필름 시절에 현상과 인화, 색보정에는 화학물질들이 사용됐기 때문에 기계공학과 의학, 화학 등 여러 분야가 사용됐기 그야말로 ‘과학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화는 현재까지도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영화관란 기술 중 주목할만한 것이 CGV의 스크린X다. 전면 스크린 외에 좌우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시야를 확장시키는 이 기술은 2012년 CGV와 KAIST가 공동 개발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했다.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과제는 관객들이 영화를 더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대화면으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시네마스코프 포맷이 있었으며 현재는 아이맥스가 대표적인 상영방식이다. 

스크린X 구현 이미지. [사진=CGV]
스크린X 구현 이미지. [사진=CGV]

스크린X는 이미 만들어진 영화의 소스를 활용해 좌우 스크린용 소스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 외에도 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데 활용된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나 올해 개봉한 ‘스파이더맨:파프롬홈’의 경우 좌우 벽면을 통해 영화에 담지 못한 영상이 공개됐으며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대동여지도’에서도 자연풍광의 여러 모습을 담는데 쓰였다. 

스크린X 영화는 좌우 스크린용 영상을 후시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영상 소프트웨어(SW) 기업과 CG기업이 일을 도맡고 있다. CGV는 이 때문에 스크린X가 국내 그래픽 SW 업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같은 측면 때문에 스크린X 지원사업을 추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크린X는 후반작업 외에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3면에 렌즈가 달린 스크린X 전용 카메라로 촬영하면 보다 생생한 스크린X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빅뱅의 다큐멘터리 ‘메이드’나 젝스키스의 ‘에이틴’ 등에 이 카메라가 쓰였으며 극영화 중에서는 ‘염력’과 ‘곤지암’에 쓰였다. 

CGV는 현재 스크린X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지점에도 설치를 확대하고 있으며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을 대상으로 스크린X 포맷 상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설치된 시네마LED도 주목할만하다. ‘영사기 없는 영화관’을 표방한 시네마LED는 스크린 대신 LED 패널을 전방에 장착해 더 선명한 화면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완다시네마에 구축한 시네마LED '오닉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중국 완다시네마에 구축한 시네마LED '오닉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선보인 시네마LED는 국내에서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설치됐으며 CGV왕십리점 씨네앤리빙룸관에도 설치됐다. 삼성전자는 이후 ‘오닉스’라는 브랜드로 시네마LED를 론칭한 뒤 중국과 미국, 인도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7곳, 인도 5곳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남미까지 진출하면서 ‘오닉스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며 “콘텐츠업체와 기술 협약 체결로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홈시네마 시장에도 진출해 가정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극장에 걸리는 시네마LED는 더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상영관 구조상 관객이 이동 중 영사기에 머리가 걸릴 수 있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상영관의 경우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스크린 뒤에도 스피커를 설치하지만 LED 패널의 경우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돌비 애트모스는 영화관 양 옆 뿐 아니라 천장에도 스피커를 설치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다. 또 돌비 애트모스 뿐 아니라 극장용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영화관의 어떤 자리에서 앉아도 똑같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LG디스플레이가 만든 소리나는 올레드 디스플레이 CSO.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만든 소리나는 올레드 디스플레이 CSO. [사진=LG디스플레이]

여기에 LG디스플레이는 크리스탈 사운드 올레드(CSO)를 개발해 입체적인 음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CSO는 디스플레이 자체가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으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AWE 2019’에 참가해 88인치 CSO를 공개했다. 

88인치 CSO는 3.2.2 채널 사운드를 지원하며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해 화면 내 사물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따라 어느 방향에서도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한다. 이에 따라 극장용 스크린으로 CSO를 쓸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학의 발전에 따른 영화의 진화는 관객을 극장 바깥으로 보내기도 했다. 모바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은 5G 시대 통신 속도의 발달과 함께 고화질 영상을 끊김없이 보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블랙미러:밴더스내치’처럼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인터랙티브(쌍방향 소통) 영화도 대중화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로비에 마련된 VR퓨처시네마. [사진=롯데컬처웍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로비에 마련된 VR퓨처시네마. [사진=롯데컬처웍스]

이밖에 가상현실(VR) 영상 역시 5G 시대에 맞춰 고화질·대용량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산과 부천, 전주 등에서는 VR영화들을 따로 모아서 상영하는 섹션을 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 VR영화를 일반 영화 보듯 편하게 즐길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미래의 영화가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알 수는 없다. 체험형 홀로그램이 등장해 영화 속 상황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이야기를 즐길 수도 있고 소셜 VR을 통해 가상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영화는 과학을 먹고 자라서 관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준다. 과학의 발전은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고 있다. 영화 기술의 발전이 꿈을 좀 더 희석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들지만 당장 3면으로 펼쳐지고 더 쨍해지는 영상은 영화관람을 더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과학기술’과 ‘영화로 꾸는 꿈’은 이상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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