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의 전자 계열사들이 2분기 고배를 마셨다. 이들 전자 계열사는 구광모 LG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인공지능(AI)과 로봇, OLED 디스플레이를 전담하는 곳이라 경영 능력의 첫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 15조6301억원, 영업이익 652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전분기 대비 4.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전분기 대비 27.6% 줄어들었다. 

앞서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매출 5조3534억원,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들었으며 적자는 올 들어 처음 3000억원대를 훨씬 넘어서며 전분기 대비 크게 늘었다. 

이밖에 카메라 모듈 및 LED 부품 제조사인 LG이노텍은 2분기 깜짝 흑자전환을 하며 조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또 팹리스 기업인 실리콘웍스도 OLED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2분기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 기업은 규모가 크지 않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하락세를 무마시키기엔 역부족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를 확대한 곳이다. 구광모 회장은 인공지능(AI)과 전장사업, OLED, 로봇 등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여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LG전자는 그동안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인 ZKW와 로보스타,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 1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경기도 파주 P10공장에 3조원을 투자해 10.5세대 OLED 생산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첫 대외 활동으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주요 신기술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밖에 LG테크놀러지벤처스는 최근까지 자율주행, 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등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테크놀러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주요 계열사들이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벤처투자사다.

이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자 계열사 실적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구광모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고질적인 스마트폰 하락세와 함께 TV가 계절적 비수기를 맞이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또 전장사업 역시 오랜 기간 추진하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HE사업본부는 매출액 3조6712억원, 영업이익 205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3조8222억원보다 소폭 줄어들었으나 영업이익은 407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MC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6133억원, 영업손실 31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줄어들었으며 영업손실은 전분기 203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었다. 

VS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4231억원, 영업손실 558억원을 기록했다.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신규 프로젝트 매출 확대와 주요 거래선의 전기차 부품 수요 증가, ZKW 인수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1% 늘었다. 다만 추가 신규 프로젝트의 양산 비용 투입 등으로 영업손실이 전분기 154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구광모 회장이 관심을 가진 사업들 중 B2B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의 선행투자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태양광 모듈 사업은 고출력·고효율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공장이 빠르게 안정화되며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0% 증가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모바일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늘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LG디스플레이는 소형 웨어러블 제품부터 초대형 TV까지 전제품 OLED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업체로서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대형, 소형 OLED의 안정적인 양산을 통해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고 사업구조전환을 가시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7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가 올해 마무리됨에 따라 외부 변수에 대한 기민한 대응은 물론, 내부적으로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을 강화해 내년부터는 의미 있는 성과 창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비전 제시와 함께 현재 주력사업에 대해서도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직후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의 조명사업을 철수시키는 등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특히 1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스마트폰 사업은 생산거점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기업의 견제가 속도를 내는 만큼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 한·일 무역갈등이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경영자의 중요한 역량이다.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은 구광모 회장 경영 능력의 첫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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