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외벽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외벽 곳곳에는 ‘박원순 시장 거짓말쟁이’, ‘박원순 시장은 약속을 이행하라’는 플래카드가 달렸다. 도로에서 잘 보이는 위치마다 비슷한 내용의 플래카드가 있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의 심의 지연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한 아파트 주민은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인·허가를 회피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뿐만 아니라 사업지연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해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건축을 허용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합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오히려 공급을 막아 집값이 오를 수 있고 사업지연에 따른 피해가 애꿎은 주민들에게 온다는 우려 때문이다.

1977년 준공한 잠실주공5단지의 아파트 외벽은 허름한 모습이다. [사진=윤진웅 기자]

주민들의 격한 반대에도 서울시가 재건축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합원들은 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10일에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500여명(조합 측 추산)이 잠실역 사거리 일대에서 시의 인·허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서울시청 앞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 이은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7년 잠실5단지가 관광특구 지역인 만큼 국제 설계 공모로 설계업체를 선정하면 재건축 인허가를 최대한 간소화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인허가는 미뤄졌다.

조합 관계자는 “당시 기존 설계업체가 있는데도 박 시장의 얘기에 비용 부담을 안고 업체를 다시 선정했다”며 “서울시의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했음에도 2년 3개월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미룰 경우 발생하는 모든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박 시장이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실5단지는 1977년 준공한 아파트로, 2010년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제설계공모에도 재건축 승인이 되지 않자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한편, 서울 재건축 단지들의 집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단지들도 공동집회를 논의 중이다. 성북·은평구 등 강북권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참여 의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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