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설치된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과열되는 와중에 올 하반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키워드로 ‘디지털’이 꼽혔다. 7월 들어 국내 시중은행 수장들이 디지털 금융 선도를 위해 각기 다른 색깔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우선 우리은행은 지난해 영입한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장(CDO·상무)을 필두로 하반기부터 BIB(Bank-In-Bank) 전략을 통해 디지털 금융 차별화를 둘 계획이다. ‘BIB’는 은행 내 은행 형태로 디지털금융그룹에 사업 추진의 독립성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1년 간 은행 안의 IT기업으로 운영부터 사업 개발까지 전권을 얻은 셈이다.

우리은행 별관인 남산센트럴타워에 위치한 디지털금융그룹은 기존 은행권 분위기와 달리 IT 기업과 같은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로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이번 BIB 전략으로 디지털금융그룹은 예산 집행부터 인력 운영, 상품 개발 등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핀테크 기업과 오픈 API 기반 전략적 제휴로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예정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WON’을 대표 디지털 브랜드로 설정해 그룹사 전체 모바일 브랜드를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하반기를 맞이하면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3일 신한금융지주 지디털전략팀장으로 김대성 팀장이 신규 임명됐다. 이어 신한은행 디지털 관련 부서의 부서장들도 새롭게 배치됐다. 

이번 하반기 인사 발령에 디지털 관련 부서는 정보개발부장부터 ICT기획부장, 디지털기획팀장, 디지털사업본부 신한쏠팀장, 디지털R&D센터 로보어드바이저랩장, 디지털금융센터장 등이 교체되면서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또 신한은행은 진옥동 행장의 ‘디지털 인재채용 권한 위임’을 통해 상당수 부분의 예산 단독 편성 권한은 물론 독립적 인재 채용 권한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신한과 달리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 사업부에 주요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일찌감치 디지털 사업부 재편에 나섰다. 상반기에는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데이터전략본부장에 임명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자산을 체계화해 상품과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 통과된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가상이동통신사업자 기반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MVNO 사업을 통해 금융과 통신이 융합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통신사업자들과의 세부 협상 과정 중에 있으며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향후 국민은행 고객들을 중심으로 지점에서 손쉽게 계좌를 개설하듯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민은행 거래 실적에 따라 요금 할인 등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 글로벌화 전략으로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3월 지성규 행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과 글로벌 융합 전략을 담당하는 ‘글로벌 디지털 전략 협의회’를 신설했다. 이 협희회는 올해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를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인도네시아 내 1900만명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라인 플랫폼과 연계해 하나은행 소액 대출·저금리성 예금 등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 역량을 ‘육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서울대학교와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진행해 임직원 40여명이 수강하며 빅데이터 기본 원리부터 실무 중심의 실전 내용을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동국대학교 경영관에서 8주간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을 위해 남영수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이 참석하는 등 범농협 직원 16명이 참여해 교육을 이수 중에 있다. 또한 올해 내 계열사 내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부의 금융혁신 기조에 맞춰 마이데이터 플랫폼 도입을 위해 데이터 분석 역량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부 인력들의 내실 다지기 외에도 스타트업들을 직접 육성하는 방법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양재동에 출범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이대훈 은행장의 차별화된 혁신금융 전략이 담긴 특별한 곳이다. 

이 캠퍼스에는 NH금융의 혁신을 선도할 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NH디지털챌린지플러스 1기’에 선정된 33개 기업들이 함께 한다. 또한 이 은행장은 이 장소에서 은행장이라는 직함 대신 ‘디지털 익스플로러’로 바꿔 눈높이를 낮추고 집무실을 마련해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해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역량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는 가운데 향후 얼마만큼의 성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신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더욱 쏠리는 대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C레벨 급으로 영입돼 전권을 가지는 등 은행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펼쳐지고 있다”라며 “틀을 깨기 어려운 은행권에서 금융 혁신을 주도할 서비스와 플레이어가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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