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일대에서 퀵서비스 운전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고 있다.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김상록 씨(28·가명). 평소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그는 취미용으로 250cc 코X 한대와 배달대행용으로 구매한 씨티XXX 100cc 한대를 소유하고 있다. 취미용 오토바이 보험료는 개인용이라 10~20만원선이었지만 배달용 등록 보험료는 유상용이 적용돼 300만원선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액의 보험료에 고민하던 그때 동료가 귀뜸해준 방법은 솔깃했다. 한 대만 보험가입을 하고 이때 취득한 차량번호판으로 나머지 오토바이들에 돌려 사용하는, 이른바 ‘번호판 돌려쓰기’하면 된다는 것. 김모 씨는 불법인줄은 알지만 결국 불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여러 대의 이륜차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가 이륜차보험 하나에 가입한 뒤 번호판 갈이와 폐지와 재등록을 번갈아하는 '돌려쓰기'에 손해보험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에서는 같은 차대의 경우 재등록을 금지하고 신규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거센 반발과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예상되는 만큼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012년 7월부터는 배기량 50 CC 이하 소형 오토바이에 대해서도 번호판 부착과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일정 수수료를 받고 운행하는 라이더가 가입하는 책임보험은 유상용으로 개인용과 비유상용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높다. 개인용은 연간 보험료가 10만원 수준이며 비유상용은 100만원이다. 하지만 유상용은 연간 보험료가 300만원 이상이다. 보험사에 따라 500만원 이상인 곳도 많다.

보통 배달용 오토바이 125cc의 가격은 400만~500만원선이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오토바이 가격의 3분의2를 보험가입에 써야 한다. 이들이 유상용 보험가입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라이더가 유상용 가입이 아닌 보험료가 저렴한 개인용이나 비유상용으로 가입하는 꼼수를 쓴다.

이륜차보험은 차대 변경에 따른 승계가 가능하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기존에 운행했던 이륜차를 폐차하고 새로운 차량을 구입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기존계약을 해약하고 신규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소비자가 판매수수료 등 추가 부담이 발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보험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배기량 등 달라지는 요인에 따른 추가 보험료만 납부하도록 했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단지 앞에서 한 퀵서비스 운전자가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두 대의 이륜차를 운행하려 할 때는 각각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 대만 이륜차보험에 가입한 이후 3개월마다 폐지와 등록을 번갈아하면서 운행하는 것이다. 특히, 이륜차의 경우 높은 손해율로 보험료는 높은 반면 폐지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해 이같은 행위가 빈번하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이륜차는 배기량이 125cc 이하면 폐지 비용이 없고 125cc가 넘어도 폐지 등록세는 1만5000원 수준이다. 폐지했던 차대를 재등록할 때도 1만원 미만의 번호판 발급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아껴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훨씬 크다.

그러나 이와 관련 개별 손보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폐지와 재등록이 지속돼도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는 이유다.

이를 예방하고자 내부 지침을 통해 일정 횟수 이상의 같은 차대 재등록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중고거래를 위해 폐지했다가 부득이하게 재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륜차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이륜차 사용신고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중인 이륜자동차 신고제도는 말 그대로 해당 행정기관이 형식적인 심사권만 가지고, 오토바이 소유자가 신고에 필요한 구비서류만 제출하면 끝난다. 신고제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재산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함은 물론 등록제만큼 철저하게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실제 몇 대의 오토바이가 운행 중인지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이륜차 사용신고제가 사용등록제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차량번호판 돌려쓰기와 같은 후진적인 범법행위는 근절될 수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는 “이륜차보험 보험료가 비싸다고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은 90%를 넘는 수준”이라며 “이같은 도덕적해이가 만연하면 결국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손보업계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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