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1일 누진제 개편안 시행과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2일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전은 전날 공시를 통해 "재무 여건에 부담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이 같은 공시는 여름철 누진제 완화안을 이사회에서 수용했지만, 그에 따른 최대 3000억원의 손실액을 보전하는 대안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됐다.

한전 이사회가 배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누진제 개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은 정부와 이 같은 손실보전책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내년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어디까지나 한전 내부 의사결정에 따른 공시에 불과한 것이고 전기요금 인상은 따로 (정부 인가) 절차가 있는 별개의 건"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언급된 필수사용공제 제도는 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약계층이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1인 고소득 가구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를 폐지할 경우 최대 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어 한전 재정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필수사용공제 대상이 약 1000만명에 달하고 저소득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제도 개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시에 나와 있듯 필수사용공제 개선은 어디까지나 한전 사외이사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우선 실태조사부터 정확히 해야 하고 아직 한전 안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공시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원래 에너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필수사용공제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자는 것"이라며 "1인 고소득 가구가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은 만큼 하반기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사외이사들은 전기요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식으로 한전 재정에 부담을 주기보다 정부가 따로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한전 공시에 언급된 계시별 요금제(계절과 시간대에 따른 차등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산업부도 적극적이어서 양측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시별 요금제는 정부가 최근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나와 있으며, 기본적으로 누진제 대안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차원에서 추진된다.

계시별 요금제는 수요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산업·일반용 고압에만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는 스마트계량기(AMI) 보급 일정에 맞춰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최대한 AMI 보급을 늘린다는 입장이어서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한전도 수익구조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전 재정이 이번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도 향후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과 원전가동률 하락 때문에 한전이 2000억원 정도 적자를 봤던 것과 달리 올해의 경우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이고 원전가동률도 올라가는 추세여서, 한전 재무상황이 언제 호전될지도 전반적 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주요 변수다.

한전 관계자는 "필수사용량 공제 개선이나 계시별 요금제가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을 뜻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에너지가 제값을 받는 방식으로 전반적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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