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강민수 기자] “전자담배 전용 부스는 어디에 있나요?”

대한민국이 ‘담배’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일반 연초를 넘어 아이코스, 글로, 릴, 액상 등 다양한 종류의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애연가들이 하는 질문이다.

흡연자들 중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최근 전자담배 전용 부스 설치 소식에 반색을 하는 이유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자담배 전용 부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기도 하다.

연초를 피우던 기자는 친구들과 선후배 강력한 권유로 2년 전 전자담배로 바꿨다. “몸에 덜 해롭다” “옷과 머리 등에 냄새가 배기지 않는다” 등이 이유였다. 그 중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냄새’였다. 흡연자라면 누구나 알만하다. 출퇴근 시간과 회식 후 만원 버스·전철에 몸을 싣다 보면 담배냄새로 인해 주위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거리 한 켠에 마련된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운다 해도 냄새는 쉽게 가시질 않는다. 연초를 피우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커피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거리에 설치된 흡연부스는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비흡연자는 ‘개가 짓는다’고 하겠지만, 흡여자들에겐 절실한 이야기다. 직장인 등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한대에 울고 웃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를 이용자들은 “전자담배 사면 뭐하나. 피울곳도 없고, 흡연부스 들어와도 냄새 배기고...이거 살 필요가 없잖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이 같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한 줄기 빛이 생겼다. 몇 주 전 한국필립모리스가 커피빈과 협업해 전자담배 전용 부스를 강남역 두 곳에 순차 배치한 것이다. 전자담배 사용자들 권익보호에 목적이 있다.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흡연자 반응을 살펴보고 싶어 현장을 방문해봤다.

부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직장인들은 한 목소리로 ‘우와’를 외쳐댔다. 이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대박이네 진짜” “진짜 괜찮네” “그래도 사람들이 갑자기 몰린다면 냄새가 심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연초보단 덜 배기겠죠. 하하하하하”. 그들의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띄웠다.

최근 정부는 연초담배, 전자담배 등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것과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려는 시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비흡연자의 권익보호도 중요하지만, 흡연자의 권리보장에도 조금만 정책적으로 반영했으면 한다. 흡연자로 인해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지 못하면서 건강만을 외치는 건 좀 모순이 있지 않나.

금연 운동이나 정책은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져야 마땅하다. 그 전까지는 전자담배 전용 공간 설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불가피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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