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우측) 18일 열린 한국조폐공사 화폐 공정 개요 및 품질 설명회에서 한국은행 출입기자단이 경청하고 있다. [사진=유제원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5만원권이 발행 열 돌을 맞았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발행량만 장수로 따지면 대략 40억장이다. 누적 발행액은 196조 7023억원에 달한다. 창립 69주년을 맞은 한국조폐공사는 5만원권 생산 10주년을 며칠 앞둔 18일, 한국은행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경산의 화폐제조 현장을 공개했다.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지폐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몇 개국이나 될까? 미국, 영국, 일본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자기 나라에서 쓰는 돈을 자기 나라에서 만들지 못하는 국가가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지폐의 원료인 면펄프에서부터 종이돈 인쇄에 사용되는 특수잉크, 지폐에 들어가는 각종 보안장치와 특수인쇄기술까지 모두 갖춘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한국도 당당하게 이 6개국에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돈을 만드는 공기업인 한국조폐공사의 임직원들은 ‘대한민국은 조폐주권(造幣主權)을 가진 나라’ 라는데 큰 자부심을 갖는다.

[사진=한국조폐공사]

2009년 6월 23일 첫 생산된 5만원권은 기존 은행권에 적용되지 않았던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은행권을 상하·좌우로 기울였을 때 은선속 태극무늬가 좌우·상하 방향으로 움직임), 띠형 홀로그램(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나타나며, 그 사이에 50000이라는 숫자가 세로로 쓰여 있음), 가로 확대형 활판번호와 비공개 디자인 요소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은행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위변조 방지요소다.

우리나라의 위조지폐 발생 사례는 100만장 0.12장(2018년 기준)이다. 영국(129.1장), 유로존(34.0장), 호주(19.7장), 캐나다(11.0장) (이상 2017년 기준) 등보다 월등히 적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신기술 적용은 생산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조 초기 용지 굴곡 문제와 이로 인한 인쇄 불량, 띠형 홀로그램 부착 문제 등 생산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산하 기술연구원을 통한 용지, 인쇄판, 잉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및 품질 개선을 통해 고품위 은행권을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체계를 갖추게 됐다.

유환신 인쇄처장은 “제품설계부터 원재료, 생산, 출하 등 각 단계에서 ‘품질 무결점’을 최우선하는 경영원칙 아래 전공정 완전품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6시그마 도입 및 전문인력 양성 △ISO(국제표준화기구) 품질 시스템 적용 △품질분임조 활동 △‘조폐 명장제도’ 등 다양한 품질경영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황문규 기술·해외이사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완전무결한 품질경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6시그마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에 의해 유명해진 혁신적 품질경영 기법으로, 불량품을 3.4PPM(1백만개의 생산품중 평균 3.4개)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그마(sigma:σ)는 통계학의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그린 벨트, 블랙 벨트, 마스터 블랙 벨트 등 자격증을 딴 사내 전문가들에 의해 추진된다.

채종천 기술처장은 “지난 2006년 6시그마를 도입했다”며 “관련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가 216명으로 전체 직원의 15%를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이가운데 그린 벨트(GB)가 165명, 블랙 벨트(BB) 32명, 최상위 단계인 마스터 블랙 벨트(MBB) 19명 등이다.

생산 전문기술 전수를 위해 국가품질명장도 육성중으로, 현재 품질명장은 인쇄출판 분야 등 10명에 이른다. 또 ISO 경영시스템 고도화, 품질분임조 활동 등을 활용해 무결점 제품 생산을 추진해왔다.

1998년 국제표준인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이후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 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국제 표준 요구사항에 따라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선, 발전시켜오고 있다. ISO 국제규격 인증은 ISO가 표준 요구사항에 맞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에게 부여한다.

이와 함께 생산 현장의 품질분임조 활동을 강화,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 16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국가품질상, 품질분임조우수기업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정부가 주관하는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에 10년 연속 선정돼 ‘품질 명예의 전당’ 에 헌정되기도 했다.

[사진=유제원 기자]

또 매년 신기술 설명회를 개최, 첨단 위변조방지 보안기술을 필요한 민간기업에 공개하고 있으며, 짝퉁제품 방지를 위한 정품인증사업(브랜드보호사업)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춘 신성장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권 등 전통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위변조 기술을 활용한 신성장 사업 육성, 해외 시장 개척 노력 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4806억원, 영업이익 95억원으로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액 4910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지폐뿐만 아니라 주민증, 전자여권 등 조폐공사가 만드는 제품은 절대 불량이 있어선 안되는 제품” 이라며 “완벽한 품질을 통해 국민 경제생활의 신뢰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조폐공사, 화폐에서부터 주민증·전자여권에 이르기까지 110여종의 제품 생산

조폐공사는 화폐를 제조하는 공기업으로 지폐(은행권)와 주화(동전) 생산이 주력사업이다. 핵심 경쟁력은 은행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인쇄기술과 첨단 위변조방지 기술, 동전을 만들면서 축적한 압인기술이다. 압인(coining)은 위와 아래의 극인(동전의 무늬를 새긴 금형) 사이에 소전(素錢, 동전에 무늬를 넣기 전의 소재)을 넣고 무늬(문양)를 찍어내는 작업이다.

은행권 제조 기술을 활용해 기념지폐, 수표, 증권과 채권 등 유가증권, 백화점 상품권, 재래시장에서 쓰는 온누리 상품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하는 지역사랑 상품권 등도 만든다. 압인기술을 활용해 기념메달과 기념주화, 올림픽 시상메달,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훈장과 포장등도 제조한다.

[사진=한국조폐공사]

조폐공사의 사업영역은 화폐제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콤스코(KOMSCO, Korea Minting, Secutity Printing & ID Card Operating Corp.)라는 영문 이름처럼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복지카드, 장애인카드 등 국가 신분증(ID)도 만든다.

‘화폐’와 ‘ID’는 조폐공사의 두 날개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서 가짜가 있어서는 안되는 ‘공공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다. 그래서 조폐공사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이 원활할 수 있도록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잉크, 금 시장 투명화를 위한 골드바 제품 등도 생산한다. 생산 제품 가짓수는 110여가지에 달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미래 개척

화폐제조량의 감소는 조폐공사의 미래에 걸림돌이다. 디지털 혁명 시대 에 각종 신분증이 모바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조폐공사는 이같은 환경변화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 진본성 입증 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콤스코(KOMSCO) 신뢰플랫폼’ 구축을 마치고 시흥 성남 등에서 이를 활용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서비스하고 있다. 포항 군산 영주 등에도 조만간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시작한다. 거래정보를 분산해 각각의 블록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위변조방지 기술을 활용해 ‘가짜’ 상품을 가려내는 정품인증사업과 메달 등 특수압인 사업을 확대하고,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조용만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진짜’임을 입증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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