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협상이 청와대에서 제시한 데드라인(7일 오후)와 ‘심리적 데드라인(문재인 대통령 순방길 전)’까지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해 대북식량지원 등이 논의도 안 된 채 국회에선 뚜렷한 출구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정부여당 관계자에게 국회 정상화의 시급성을 당부하면서 극도의 답답함을 호소한 이유다.

텅빈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9일 당초 기대를 모았던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무산된 가운데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북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꽉 막힌 정국 돌파를 기대케 했던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실패하면서 당분간 국회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대한 사과와 합의처리를 요구하는 한국당에게 추경안을 비롯해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로 46일째 추경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장외투쟁으로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논의를 지연시켜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양심고백”이라며 “막말과 색깔론으로 국민 분열을 조장하며, 정치적 이익만 챙기려는 황교안 대표는 반성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박 원내대변인은 “지금이라도 한국당은 민주당의 협상 태도와 자세를 핑계 삼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한 국회 정상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기 바란다”고 거듭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협상 타결을 위해 추진했던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무산됐다.

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주말이었는데 큰 진전이 없었다”며 “내일까지는 이견을 조율하더라도 모레는 (아무래도 6월 국회 단독소집 등과 관련해)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10일까지 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국회 단독 소집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단독 소집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고 한국당의 공세에 이용당할 수 있어 일단 협상을 위한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각 상임위원회에서 한국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추경 처리에 대한 명분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또 민주당은 단독 국회 소집에 반대하고 있는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분위기도 살펴야 한다.

2일 국회의원회관 이인영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진 가운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국회 파행 장기화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장외 투쟁 및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협상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회 단독 소집까지 거론하면서 정국을 급랭시킨다는 프레임을 걸어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처리’하자는 야당 요구를 묵살하면서 ‘일방처리’ ‘날치기처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에서는 ‘(국회) 정상화’를 외치곤, 뒤에선 ‘국회 단독 소집’을 운운하는 등 협상의 명분으로 야당을 길들이겠다는 오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6월 국회는 민생을 위한 국회가 되어야지 정부·여당의 총선 준비를 위한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난 추경과 비재난추경을 분리 심사해 선심성 추경 집행을 원천봉쇄함으로써 국민 혈세 낭비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국회 단독 소집에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내심 나쁘지 않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추경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당 몫이라 추경이 바로 처리될 수는 없지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실책을 따질 명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양보와 결단만이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고 “단독 국회로 몰고 가는 여당이 무책임하다”며 “한국당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양보를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국회 거부가 심각한 정도”라며 “아무리 원외 인사라지만 국회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일말의 자격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한국당이 ‘몽니’를 부려서 끝내 국회로 복귀하지 않으면 다른 정당들로만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민주당도 한국당이 아닌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환송인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북유럽 3개국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국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게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문 대통령이 문 의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문 의장은 “순방 잘 마치고 돌아오시기 바란다”며 “더 애써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출국 전 환송을 나온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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