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영화 ‘기생충’. [사진=디즈니,CJENM]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영화 ‘기생충’이 개봉 이틀 만에 누적관객수 124만여명을 모은 가운데 기생충 해석이 연일 실검에 오르며 화제다.

상징이 너무 많아 이해하기 까다롭다는 것이 이유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다시 모여 ‘기생충’ 해석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상황. ‘기생충’은 4인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과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누리꾼들은 “쉴 새 없이 차려주는 메타포에 밥 세 공기 비벼먹을 수 있다” “2~3번 보면서 디테일 찾고 해석하면 재밌을 듯” “수석, 곱등이, 냄새, 계단, 인디언 등 해석할 거리가 넘친다” 등 자신만의 ‘기생충’ 해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의 누리꾼들은 “해석 안 되는 부분 한구석도 없다” “너무 의미부여를 과하게 했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까지 난무한다” 등 해석이 어렵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봉 감독 또한 영화 기자간담회서 “상징을 최대한 넣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을 추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 말대로 ‘기생충’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다. 마치 4월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처럼 말이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작품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사진=디즈니]

◆블랙코미디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울다 웃으며 끝났다면, ‘기생충’은 웃다 울며 끝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서 가장 많은 블랙코미디를 만들어 내는 인물은 토르다. 세상을 구할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타노스를 죽이고 만 토르는, 자책감에 몸서리치다 폭식증에 빠지고 만다.

심지어 토르는 자책감이 심해지며 자신감을 잃고 공황장애까지 겪게 된다. 빛나는 신이었던 아스가르드 용사는 울다가 웃고, 시도 때도 없이 먹고, 매번 횡설수설하는 반전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양자역학 여행 실험을 하며 늙거나 어린 자신이 지린 소변에 얼굴이 굳어진 앤트맨, 과거의 자신과 싸워 이긴 후 ‘아메리카의 엉덩이’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캡틴 아메리카, 음악 없이 춤추는 모습이 나와 때 아닌 굴욕을 당하는 스타로드 등이 있다. 이들은 웃음을 주는 동시에 왠지 슬퍼지는 ‘웃픈’ 상황을 연출한다.

영화 ‘기생충’. [사진=CJENM]

‘기생충’ 블랙코미디는 대개 기우, 기정(박소담)이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님으로 취직하며 벌어진다. 오빠를 과외선생님으로 만들기 위해 공문서 위조를 능숙하게 해내는 기정과, 그런 기정을 보며 “서울대학교 문서 위조학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 기택이 있다.

기택은 위조된 문서를 흔들며 당당히 “내년에 이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외에도 기택과 부인 충숙(장혜진)을 비롯한 4인 가족이 벌이는 사기행각은 웃기면서도, 한편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희극 속에 한발 걸친 비극이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사진=디즈니]

◆영화 음악이 강조됐다= 영화서 OST는 극 중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내용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캐릭터를 잘 나타내기 위해 테마곡을 따로 만들기도 할 정도다.

‘어벤져스:엔드게임’ 영화 음악은 MCU 대표 음악감독 앨런 실베스트리가 맡았다. 초반 비극적인 현실을 암시하는 과정서는 오보에, 하모니카, 피아노 그리고 첼로‧비올라‧바이올린 등과 같은 현악기를 사용해 안타까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캐릭터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중후반부는 각 영웅의 테마곡을 적극 활용한다. 또 리드미컬한 재즈리듬과 마지막 대전투서 퍼져 나온 팡파르는 승리를 향한 행진을 잘 나타내준다. 베트남 전쟁 문제를 제기한 스티븐 울프 ‘헤이 로디 마마(Hey Lawdy Mama)’ 등 영화 곳곳에 삽입된 곡들 또한 반전 평화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영화 ‘기생충’. [사진=CJENM]

‘기생충’ 영화 음악은 봉 감독과 영화 ‘옥자’서 함께 작업했던 정재일 음악감독이 맡았다. ‘기생충’ 또한 피아노와 스트링이라 불리는 현악기 첼로‧비올라‧바이올린 등을 사용해 안타깝고 슬픈 감정을 배가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음악감독 정재일 작곡, 감독 봉준호 작사에 주연배우 최우식이 노래한 ‘소주 한잔’이 흘러나온다.

봉 감독은 ‘소주 한잔’과 관련 “사람이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될 때면 혼자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영화의 마지막 기우의 감정을 담은 이 노래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영화의 여운을 이어 나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사진=디즈니]

◆상징적이다= 영화 속에서 사건 소재나 물건 등이 갖는 의미나 가치 등을 유사성으로 구체화 하는 것을 상징적이라고 말한다. 두편의 영화 모두 해석하기 좋은 가벼운 상징으로 무장하고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서 아이언맨 딸 모건이 아이언맨에게 “3000만큼 사랑해”라는 말을 한다. 뜬금없이 나온 3000이란 숫자에 팬들이 내민 결과는 ‘MCU 11년이자 페이즈3 모든 영화의 러닝타임’이었다. 다분히 상징적인 해당 숫자는 배우나 팬들에 자주 회자되며 기쁨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결전의 날을 맞이하고도 살이 빠지지 않는 토르를 비롯해 과거의 자신을 죽인 네뷸라, 아이언맨의 죽음, 늙은 캡틴 아메리카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상징이 합해 지며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고 이는 수많은 해석을 양산했다.

영화 ‘기생충’. [사진=CJENM]

앞서 언급했듯 봉 감독은 ‘기생충’에 상징을 넣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생충’ 또한 ‘어벤져스:엔드게임’만큼 영화 소재와 사건이 갖는 상징이 적지 않은 영화다.

지하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냄새와 부유층이 절대 허락하지 않는 선의 의미, 상류층 허세를 나타내는 주 종목이기도 한 영어와 미술이라는 과외 과목, 하나부터 열까지 세트로 만든 집의 구조, 갖고 있으면 재물운이 상승한다는 수석 등.

현재 ‘기생충’ 해석이 실검에 오르며 ‘해석 놀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어벤져스:엔드게임’만큼 깨알 같은 상징이 많기 때문이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 개봉된 ‘기생충’의 제작비는 150억원으로, 누적관객수 370만명만 넘어서면 손익분기점을 채울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1일 오전 6시 기준 예매율 65.5%를 기록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극한직업’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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