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시대가 도래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5G는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의 삶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5G가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직장인 구보씨를 통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구보씨는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 6시30분에 맞춰진 전등은 일제히 켜지고 스마트TV 알람은 시간에 맞춰서 날씨와 아침 주요 뉴스를 들려준다. 인도에서도 드디어 폴더블폰이 공개된 모양이다.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아직도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인도 역시 자존심을 지키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동안 학습을 충분히 시킨 AI스피커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TV와 전등, 보일러를 모두 꺼준다. AI스피커가 어느 정도 똑똑해지고 지각할 일이 없어졌다. 나는 그대로인데 AI스피커가 나의 행동을 빠르게 움직이도록 도와준다. 구보씨는 이런 일상이 비인간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편리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고쳤다. 

편리한 생활에는 회사의 자율주행 셔틀버스도 한몫 했다. 구보씨를 회사로 데려다 줄 셔틀버스는 자율주행으로 바뀌고 나서 지각하는 법이 없고 일찍 와서 기다릴 일도 없다. 사실 이것은 회사 셔틀버스만의 공로는 아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모두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되고 나서 교통체증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공공 IoT와 자율주행차로 교통사고나 돌발상황을 예방하기 때문에 도로가 한결 편리해졌다. 이 와중에도 구보씨는 “인간미가 줄었어”라며 혼자 자조적으로 읊조렸다. 

단 1분도 늦지 않은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회사까지 32분 정도 걸린다. 그동안 구보씨는 저녁 데이트 약속을 위한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구보씨의 3세대 폴더블폰과 연동된 AI스피커가 목동의 레스토랑 몇 곳을 추천해줬다. 구보씨가 해산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AI는 해산물 요리를 절묘하게 피해서 추천해줬다. 구보씨는 그 중 적당한 레스토랑 한 곳을 예약했다. 당연히 예약은 AI가 다 했다. 

금새 회사에 도착한 구보씨는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초창기 중국에서는 ‘빅브라더’라며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었지만 이 시스템을 보급한 통신사는 ‘보안에 보안에 보안’을 강조하며 경영지원실에 영업을 했다. 구보씨는 이제 얼굴 찍고 출근하는 게 딱히 어색하지 않다. 

구보씨가 하는 일은 출판공정을 관리하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이책이라는 게 사양산업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이 업계는 생명력이 길다. 한창 골목 카페와 맛집이 인기를 얻은 것처럼 아날로그에 대해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다시 종이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구보씨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옛말을 새삼 떠올렸다. 

구보씨가 하는 일은 이 출판업에 쓰이는 기기를 관리하는 일이다. 구보씨가 일하는 출판사는 책뿐 아니라 열쇠고리 같은 팬시소품도 함께 만든다. 때문에 여러 가지 공정이 동시에 이뤄지지만 구보씨가 하는 일은 생산 로봇을 살펴보고 관리하는 일이다. 구보씨는 처음에 “이렇게 쉬운 일을 하면서 돈을 받아도 되는걸까”라고 생각했다. 

다만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구보씨는 회사에 필요한 인력이다. 언젠가 없어도 그만일 수 있겠다고 구보씨는 늘 생각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회사의 공지사항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됐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전달이었다. 건강검진은 예전보다 잦은 편이다. 다만 회사에서 지급한 건강검진 키트 하나면 원격으로 검진이 완료된다. 심전도와 체지방 검사를 포함해 혈당과 중성지방 등 다양한 점검이 가능하다. 다만 소변검사나 내시경은 여전히 1년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한다. 건강검진 비용이 줄었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다. 

하루 일을 마치고 구보씨는 지하철에 몸을 실은 채 데이트 장소로 향했다. 이커머스가 발달하고 사람들 사이에 줄어든 것 중에 하나가 ‘선물문화’다. 거의 모든 선물은 기프티콘이나 배송 형태로 전해지기 때문에 ‘주고받는 기쁨’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아재’ 구보씨는 여전히 ‘주고받는 기쁨’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제 미리 이커머스로 구입한 가방을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그런 구보씨를 좋아한다. ‘아날로그 커플’은 그렇게 죽이 척척 맞는다. 

그날 데이트에서 구보씨와 여자친구의 가장 큰 화두는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큰 그림을 정하면 숙소와 항공예약은 AI에게 맡기면 된다. 아무리 ‘아날로그 커플’이지만 골치 아픈 일은 AI에게 맡기게 된다. 그렇게 ‘이 시대의 마지막 아날로그 커플’은 4차 산업혁명과 5G에 익숙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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