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HO 홈페이지]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오는 2022년이면 게임과 도박은 같은 기준으로 치료와 예방이 필요한 중독행위 대상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6월 공개된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판(이하 ICD-11)에 포함된 게임장애 항목이 공식 인정됐다. 2022년부터는 WHO 회원국 194개 국가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관련 통계 작성,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 

ICD-11에서 코드 6C51로 지정된 게임중독은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물질 사용 또는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중독적 행동으로 인한 장애’ 하위로 분류돼 있다. 게임중독에 빠지면 게임이 일상생활 등 다른 행동보다 앞설 만큼 우선순위가 증가하고 개인과 가족, 사회, 직업 등 영역에 손상이 발생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6C51 코드에서 설명하고 있는 증상은 연속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있다. 적어도 12개월동안 선술한 증상이 계속되면 진단이 요구되는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이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 특히 이 항목에서는 이런 증상이 ‘최소 12개월’ 지속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필요 지속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판단 기간을 모호하게 에두르고 있다.

 

◇세계 게임업계 반발, “명확한 기준 없는 주관적 판단”
지난해 6월 게임중독 항목이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져 왔다. 미국 비디오게임산업협회(ESA), 유럽게임개발자연합(EGDF)을 비롯한 전 세계 게임단체는 성명을 통해 “비디오 게임은 교육, 치료, 레크리에이션 등 가치가 정립돼 전 세계 20억명 이상이 안전하고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며 “게임 중독은 치료가 필요하지만 WHO가 제시하는 기준은 근거가 부족하고 주관적”이라고 비판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사진=정환용 기자]

지난 4월 게임과학포럼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과 쇼핑은 과잉행동으로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도박에 적용하는 원리를 적절한 변용 없이 게임에 빗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 게임중독 코드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 국내외 업계 공통된 입장이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이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계 주장이 부적절하다며 “게임 과몰입이 정신의학적 문제를 일으키는지, 아니면 정신의학적 문제가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도 “게임중독 관련 연구는 학술적 근거도 명확하기 않고 관련 학자들은 게임 장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도 못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태진 교수는 국내에서는 게임 중독을 의학적 관점보다 정치적 관점으로 정의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ICD-11에 따라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게임중독 반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반대하기 위해 게임 관련 협회와 학회 등 80여 단체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 위원회’를 29일 출범한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록에 대해 “게임을 즐기는 시간으로 중독을 판단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주관적 기준”이라며 “이는 게임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를 자괴감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