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과학이 모든 것을 밝혀낼 순 없다. 이건 인문대학을 나온 기자도 잘 알고 있다. 세상에는 과학으로 밝혀낼 수 없는 영역이 매우 많다. 그 중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면 과학과는 거의 상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종교와 과학은 ‘인류’라는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처럼 ‘상극’이다. 

실제로 영화 ‘다빈치코드’는 바티칸 교황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일루미나티를 등장시킨다. 실제로 이들은 계몽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비밀결사 조직이지만 영화에서는 과학을 기반으로 종교를 계몽시키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은 꽤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 종교는 신의 존재를 만들어야 한다. 신은 신비로워야 하고 인간의 상식을 초월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신을 우러러 보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은 그런 ‘신(神)’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예수가 죽었다가 사흘만에 부활한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싯다르타의 고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는 것이 과학의 일이다. 

그리고 지옥을 증명하는 것 역시 과학의 일이다. 물론 아주 가끔 그런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당연하게도 믿을만한 결과를 내놓진 못했다. 그나마 우리가 지옥을 확인하고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은 영화와 소설이 전부다.

동양이나 서양 모두 영화에서 묘사하는 지옥은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헬보이’나 ‘콘스탄틴’처럼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오컬트 영화의 지옥은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악마들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아시아권 영화 속 지옥은 당연히 불교의 세계관이 묘사하는 지옥이다. ‘신과 함께’ 속 지옥도 마찬가지다. 

‘신과 함께’의 배경이 되는 지옥은 모든 인간이 사후 49일간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을 심판받아 환생을 할지, 지옥에 떨어질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불교의 경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민간신앙과 가톨릭 교리 일부가 첨가돼 만들어진 것이다. 

‘신과 함께’가 보여주는 지옥은 꽤 고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가 들려주는 메시지는 신선하다. 저승의 법도에 따라 인간을 심판하지만 모든 인간은 죄를 짓는다. 살면서 거짓말 하지 않고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사람은 죄를 짓고 살 수 밖에 없다. 저승에서 이뤄지는 7개의 재판보다 인간의 질서는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지옥이 존재하는 것은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메시지와 같다. 예를 들어 산타클로스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다는 설화적 메시지처럼 말이다. 

4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 모습.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 글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작성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지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영혼에 대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혼에 대한 실험은 이 코너에서 ‘사바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언급한 맥두걸 박사의 ‘21g 실험’이 그나마 유일하다. 다만 이 실험은 6명의 실험체 중 1명에게만 일어난 것으로 과학적 증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릴 적 동네 교회에서 아이들을 전도하려는 목적으로 ‘지옥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전단을 돌린 적이 있다. 해외 어딘가에서 땅 속 깊이 구덩이를 팠는데 거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이다. 만약 지옥에 존재한다면 땅 속에 있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긴 하다. 이는 마치 강남역(땅 속)에 들렀다가 분당(지옥)으로 곧장 내려가는 것과 같다. 무덤에서 가깝다는 의미다. 

그러나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지구의 내부는 지각-상층맨틀-하층맨틀-외핵-내핵으로 구성돼있다. 지옥이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 수백㎞는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거기에 요단강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지옥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1972년 학술지 ‘응용광학’에는 한 과학자가 성경을 기반으로 천국과 지옥의 온도를 측정한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른 천국은 525도이고 지옥은 445도로 지옥보다 천국이 더 뜨겁다. 

이 계산은 요한계시록 21장 8절에 등장하는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연못이라는 구절과 ‘달빛은 햇빛처럼 밝아지고 햇빛은 7배로 밝아져 7일 동안 비추는 빛을 한데 모은 것처럼 된다’는 이사야서 30장 26절을 바탕으로 연구한 것이다. 

그러나 1998년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에는 이에 대한 반박이 등장했다. 반박을 제기한 물리학자는 이사야서의 구절에 대한 해석이 잘못됐다며 지옥은 445도이고 천국은 231도라고 주장했다. 어찌됐건 사람이 지낼 수 없는 온도인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믿기 어렵겠지만 이 글은 1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작성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글이 부처님께 시비 거는 모양새가 됐지만 지옥이 존재하건 하지 않건 착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신과 함께’의 의도도 결국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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