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의 인공지능(AI) 브랜드인 ‘씽큐(ThinQ)’ 때문에 엉뚱한 회사가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겼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브랜드명의 한글 발음이 같으면서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김정민 엠와이 대표는 2016년 8월 직무 역량 평가 소프트웨어(SW)인 ‘Sync-Q’ 브랜드를 개발하고 특허청에 영문 ‘Sync-Q’와 한글 ‘씽큐’를 상표등록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같은 한글 발음의 브랜드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특허청에서도 비슷한 발음이 나는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앞서 LG전자는 2010년 12월 영문 브랜드인 ‘ThinQ’를 상표 등록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 등록을 할 때 호칭, 외관, 범위 등을 고려해 등록한다. 비슷한 발음이 나는 브랜드가 있으나 각각 가전제품과 SW로 사업영역이 달라 특허 등록원칙에 따라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표의 경우 상표법에 따라 등록한 상표와 유사범위까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LG전자의 ‘ThinQ’는 한글명 ‘씽큐’까지 효력을 가진다. 다만 엠와이의 ‘Sync-Q’는 사업범위가 달랐기 때문에 허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상표법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상표법은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에 맞춰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LG전자는 ‘스마트씽큐’ 등으로 브랜드를 활용해오다 2017년 12월에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공개하고 각 사업분야에 적용했다. 먼저 삼성전자의 빅스비나 애플의 시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AI 플랫폼 ‘딥씽큐’를 런칭하고 이를 활용한 AI 스피커 ‘씽큐 허브’도 공개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황정환 당시 MC사업본부장(부사장, 현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이 취임 후 첫 스마트폰인 V30S에 ‘ThinQ’ 브랜드를 적용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G7 ThinQ를 통해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렸다.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전면에 내세운 G7은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ThinQ’도 함께 알려졌다.

현재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와 에어컨,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 LG전자의 모든 스마트 가전제품에 ‘ThinQ’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엠와이의 ‘Sync-Q’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으나 LG전자의 ‘ThinQ’가 인지도를 얻으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힘든 상황에 처해졌다. 

김정민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포털사이트에 돈을 써가며 몇 번이나 홍보를 해봤지만 자꾸 묻혔다. 서비스 교육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한 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퇴직 후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창업을 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LG전자 때문에 위기에 내몰렸다.

김 대표는 억울하지만 LG전자와 엠와이 양측 모두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내용을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특허청의 유권해석도 영문 상표 등록의 경우 한글 발음까지 암묵적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LG전자도 잘못한 점은 없다. 때문에 이 상황은 때린 사람은 없는데 맞아 죽은 사람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대방의 억울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권해석상 우리도 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LG전자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대기업의 영업활동 때문에 스타트업 하나가 무너지게 됐는데 도의적인 사과나 상식적인 답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섭섭함은 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가 처음부터 영문 상표와 함께 한글 상표도 함께 등록했으면 우리 브랜드는 처음부터 등록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의 책임을 물을 순 없겠지만 상표를 등록할 때 영문과 한글을 함께 등록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법적 정당성이 문제가 아니라 도의적인 책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최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SIGNATURE’와 ‘Obje’, ‘올레드’ 등 브랜드들에 대해 억지로 한글 상표까지 등록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Obje’의 경우 2010년에 한글 상표가 등록된 것이 있으며 최근 영문 브랜드 등록을 마쳤다. ‘올레드’는 영문 OLED에 대한 발음 혼선을 막기 위해 상표 등록한 것이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SIGNATURE’는 현재 영문 상표만 등록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SIGNATURE’에 대해서는 한글 상표 등록 계획이 없다. ‘ThinQ’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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