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이노베이션, LG화학, 폭스바겐 편집]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지만, 결국엔 제로섬 게임이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SK이노가 정면 대응을 선포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기술 유출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17년 LG화학의 연구·개발(R&D)과 생산, 품질 관리, 구매·영업 등을 담당하던 직원 2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부터다.

당시 LG화학은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최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법정 다툼 기간 이직은 계속돼 76명에 이르러 지난달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하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SK이노는 정식 입사 절차를 거쳐 스카우트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인력을 대거 빼가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까지 훔친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 관계자는 "서로간 생산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일갈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는 LG화학의 날카로운 반응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업계 선발 주자로 국내 1위를 목표하는 상황에서 치고 올라오는 경쟁업체가 마뜩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폭스바겐과 SK이노간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설이 나오자, 독일 현지 매체들이 LG화학이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면서 2017년 330억달러 규모인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25년에는 1600억달러로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SK이노·삼성SDI 국내 3사가 일제히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중국 CATL·BYD, 일본 파나소닉, 미국 테슬라에 비해 한국 업체의 시장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4년 30%를 웃돌던 한국 배터리 기업 점유율은 2018년 11%대에 불과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총량이 전년 대비 65% 가까이 증가했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률은 37%에 그쳤다. 한국산 배터리 만을 겨냥한 중국의 보조금 규제가 가장 큰 이유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이번 소송에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소송전이 해외시장에서 출혈경쟁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부회장은 ICT에 SK이노가 생산한 배터리셀·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ITC가 이달 중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을 거쳐 하반기 최종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가 승소를 하게되면 SK의 수출길이 막히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국내 3사가 사이좋게 나눠먹어도 충분한 크기의 배터리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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