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도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조선3사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양사 체제로의 전환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일 현대중공업지주는 금융감독원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이 6조4915억원으로 소폭(3.2%) 증가하고 영업손실이 1639억원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정제마진 효과로 현대오일뱅크 등 자회사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목표 달성률도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조선·해양부문에서 2억6800만달러의 일감을 수주해 연간 목표 99억2500만달러의 2.7%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성적도 부진하다.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둔 대우조선은 수주목표 83억7000만달러 가운데 11억달러(13.1%) 달성에 머물렀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매출액 1조4575억원, 영업손실 333억원의 부진한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조선사들은 올해 주력먹거리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로 인해 선박 교체기에 들어선 선사들의 ‘LNG선’ 발주를 꼽는다. 하지만 LNG선박 부문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수주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전체 수주량 부문에서는 중국의 아성이 높다. 

한국 조선3사가 교체 선박의 90%를 수주해 중국을 따라잡아도, 실질적인 작업량의 크기를 나타내는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영국 클락슨리서치 조사결과 지난 한달 동안 중국은 전세계 선박 발주량 231만CGT(73척)의 55%인 127만CGT(37척)를 계약해 가장 많은 수주를 따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이 28%로 2위, 이탈리아 14%(78만CGT, 10척), 일본이 8%(47만CGT, 20척) 순이다.   

중국의 장벽이 높은 이유는 LNG선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선박 대신 저부가가치 선박에 정부 보조금을 투입, 저가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격탄을 받은 것이 국내 중소·중견 조선사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30%에 이르는 일감 격차를 인정하고 작고 강한 조선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을 통한 양사체제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 한 전문가는 “중국과 싱가포르는 최근 말레이시아·네팔·인도 등 주변 국가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한국업체 밀어내기 전략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국내업체간 출혈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간의 M&A 성공 가능성은 그렇게 밝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에 국내를 비롯해 해외 24곳의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관련 업무를 위탁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양사간 합병의 핵심쟁점은 LNG선박과 해양플랜트 산업 전체에 미치는 효과”라며 “참여연대 시절 공정거래법상 효율성 증대 효과를 부정해온 김상조 위원장이 신념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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