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인기 게임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는 종류와 함께 규모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소규모 지역 대회부터 전 세계에서 수천만명이 지켜보는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된 e스포츠는 좀 더 명확한 레퍼런스를 확립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는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버워치’,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등 3종이다. 각 대회는 1, 2부 리그로 나뉘어 지역별 정규시즌을 치르고 연말에는 전 세계 상위권 팀들이 모여 격돌하는 세계 대회가 치러진다.

만 단위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는 이 대회들은 트위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으로 생중계되며, 이를 전 세계 시청자 수천만명이 실시간으로 보며 열광한다. 수억원대 우승상금, 팀별 운영과 선수 이적 등을 보면 여느 스포츠 리그에 견주어도 규모나 인기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24일 CJ ENM 게임채널 OGN은 ‘OSL(OGN Super League)’, ‘OSL 퓨처’ 등 새로운 e스포츠 리그 제작을 발표했다. 퍼즐 게임 ‘뿌요뿌요 e스포츠’, 대전 액션 ‘철권 7’, 보드 게임 ‘도타 오토체스’ 등 3종을 필두로 올해 안에 10개 종목을 e스포츠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게임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국내에선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내놓은 자식 취급이다. WHO에서 오는 6월 게임 과몰입을 질병 코드로 등록하기로 결정했고 국내 일부 정권에서도 게임 중독을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취급을 하려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는 시행 8년이 지났지만 그 효용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한다.

라이엇게임즈는 450석 규모 e스포츠 경기장 ‘롤파크’ 구성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사진=라이엇게임즈]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전문 게임방송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상시 e스포츠 경기장은 서울 내 3곳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까지 국내 세 곳에 e스포츠 경기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발표한 예산 총 90억원으로는 경기장 한 곳도 제대로 건립하기 어렵다. 오버워치 미국 프로 팀 필라델피아 퓨전이 홈 경기장 신축에 5000만달러(한화 약 583억원)를 들이는 점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e스포츠 시스템 운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야구는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국가가 적어 올림픽에서도 퇴출됐지만 게임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즐기는 문화다. 하지만 일반인과 프로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현재 정식으로 게임 선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거의 없고 전반적인 선수 관리 역시 팀 운영에 의존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특히 소규모 대회라면 선수라기보다는 참가자에 더 가깝다.

인기 게임을 e스포츠로 육성하는 계획은 그럴싸해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선수 육성·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여타 스포츠처럼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기는 어렵다. 임요환(SLayers_BoxeR, 스타크래프트), 이상혁(Faker, LoL) 등 전설적인 선수조차 사전에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한 테크트리를 거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나아가 올림픽에서 ‘페이커’를 연호하는 광경을 보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e스포츠는 각종 스포츠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지 않으면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사진=정환용 기자]

국내 e스포츠는 꾸준히 이슈가 돼 왔다. 아쉽게도 대부분은 아직도 e스포츠를 게임과 동일시 여기고, 게임 자체를 배척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주제였다. 1980년대 불량배의 온상지로 여겨졌던 오락실 문화를 기억하는 기성세대들은 ‘게임은 나쁜 것’이란 뿌리 없는 입장을 21세기에도 계속해서 내세우고 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2013년 신의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시나브로 묻힌 소위 ‘게임중독법’처럼 없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 역시, 게임중독법을 지지했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게임 박람회 지스타를 지지한다는 발언처럼 근거가 없다. 그런데 WHO 덕분에 그 근거가 생길 처지에 놓였다. 게임을 꾸준히 오래 즐기는 사람이 병자가 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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