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8회 공정거래의 날 기념식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 개혁 발언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8회 공정거래의 기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대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관행에도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됐다”며 “기업집단 규율체계 확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언급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시장참여자와 사회의 인식을 바꾼 이정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김 위원장은 “경영권 승계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주총 안건은 (주주를 넘어) 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국민연금을 자산운용사에 전면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회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 공정거래법은 ‘경쟁 촉진’과 ‘경제력 남용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건강한 시장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독 후자에만 무게중심을 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잦아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본연의 역할을 넘어, 입법 처리만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통해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는 “재벌들의 경제력 남용을 규율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평소 소신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력 집중 억제’란 표현은 현행 공정거래법 제1조가 규정하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와 확연히 다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전 규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할 일은 사전에 기업의 성장 의욕을 막는 게 아니라 경제력의 부당한 남용을 막는 일”이라며 “공정위 홀로 대기업 규제의 총대를 메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를 하루라도 빨리 실천하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며 “전면 개편이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서두를 것이 아니고 산업계와 함께 이를 공론화하는 실질적인 논의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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