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박이 화물을 선적한 뒤 출항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상선>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현대상선의 선장이 갑작스레 바뀌면서 ‘갈 길은 먼데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창근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과 함께 물류 전문가인 배재훈 전 판토스 사장이 현대상선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 않다.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면접을 실시한 4명의 후보자 가운데 배 사장이 경영혁신과 영업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의 주관적 판단이 인선에 개입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앞서 “예전처럼 해운업이 영업 물류를 따오고 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의 회장도 정보기술(IT) 업계 출신”이라며 인사 개입을 시사했다.

배 사장 역시 1953년 생으로, 배명고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보통신(ICT) 전문가로 LG반도체 미주 법인장, LG전자 이동통신사업 해외마케팅 부사장을 경험했다.

이후 물류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2010년, 판토스 대표이사를 2015년까지 지내다 우송정보대학 산학협력 부총장으로 옮겼다.

해운업 경험이 없는 사장이 내정되면서,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국내 제1국적선사로서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달려온 현대상선에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현대상선은 올해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2022년까지 국내 해운산업 매출을 51조원으로 늘리고 원양항로 선복량 100만TEU를 회복해 세계 5위 해운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7척, 삼성중공업에 5척, 현대중공업에 8척 등 총 20여척의 LNG추진 컨테이너선을 분산 발주해 2020년을 머스크 등 대형 선사를 따라잡기 시작하는 '골든 크로스의 해'로 설정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대부분의 선박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쟁사보다 교체 비용적인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

현대상선 관계자는 배 사장 인선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내년이면 신규 선박이 차례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올해는 2020년을 대비하는 한 해로 삼고 변화된 환경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 내정자 인선에 업계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물류업과는 달리 철저하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체제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5위의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이 뒷걸음질 친 2년동안 중국은 국내 1, 2위 선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CSCL)을 통합한데 이어 홍콩의 OOCL가지 인수하며 세계 3대 선사로 올라섰다.

머스크라인도 2017년 말 독일 해운사 함부르크수드를 품에 안아 2위 MSC와의 선복량 격차를 벌렸다. 이 같은 합종연횡 끝에 글로벌 상위 7대 선사의 시장점유율은 75%에 달한다. 반면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2016년 300만TEU에서 지난해 450만TEU로 늘었지만 운임은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과 영업 부문에서의 어떤 지혜를 발휘하느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 내정자가 저운임, 고비용이라는 이중 악재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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