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앞 전경[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해외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찾기위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익은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사업 노하우가 많은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이익은 2855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법인의 지분 이익을 반영할 경우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손익은 3215억원으로 자체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2013년 957억원에서 5년 만에 3배 넘게 성장을 보였다.

국내 금융권 중에서 가장 많은 422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우리은행도 지난해 글로벌 순이익이 1975억여 원에 달했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에서 요즘 특히 전략국가로 중요도가 높아지는 곳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지만 아직 금융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2881억 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의 민간신용 규모는 2030년이면 1조100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이처럼 풍부한 시장 잠재력 때문에 현재 국내 은행들이 베트남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베트남 하남 공단 지역 지점을 열고 기업금융은 물론 직장인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다양한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7년 하노이지점(베트남우리은행 법인 설립은 2016년)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 영업점 설립을 인가받으면서 기존 하노이, 호치민, 박닌 지역에 이어 지난해 북부의 타이응웬, 하이퐁과 남부의 호치민, 연짝, 빈증 지역에 지점을 개설했다. 이번에 북부 하남 지역에 추가로 지점을 여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는 삼성전자, LG전자,포스코, 효성 등 국내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까지 베트남 지점을 20곳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4~5개 지점 추가 개설을 위한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베트남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다수의 국내 은행들이 베트남을 공략 중인 상황에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금융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개인금융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 기업금융전담역(RM)제도를 도입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현지 협력업체들에 한국 특유의 빠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금융 관련 전문자격과 다년간의 심사 및 마케팅 경력을 보유한 전문인력 중에서 RM을 선발했다. 새로 문을 여는 하남지점에도 RM을 배치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처럼 아직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시중은행들도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는 추세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0일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개점식을 열었다. 2011년 부터 영업을 시작한 호치민지점에 이어 8년만에 두번째 지점을 확장한 셈. 국민은행은 한국기업이 진출한 베트남 북부를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다진 뒤, 이를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20년전 외환은행이 개설한 하노이 지점을 필두로 지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기업 대상의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들어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하나은행의 전략은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 인수. 베트남 3대 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베트남에 안착하겠다는 노림수다.

신한베트남은행은 3월 박항서 감독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고객 수가 대폭 늘었다. 은행 고객 수는 홍보대사 기용 전 100만명에서 이달 10일 기준 120만명으로 늘었고 카드 고객도 19만명에서 21만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 16일 베트남 호치민 소재 잘로(Zalo) 본사에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오른쪽)과 브엉 광 카이(Vuong Quang Khai, 왼쪽) 잘로 CEO가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신한은행>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 역시 12만4000명에서 18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10일 기준 수치로, 스즈키컵 우승 영향까지 고려하면 고객 수 추가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위상이 오르면서 신한베트남은행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도 동반 상승 중이다.신한은행은 여기에 박차를 가해 박항서 감독과 쯔엉 선수의 캐릭터로 카드를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적극적이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달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를 찾아 현장 거점을 방문하고 현지 중앙은행과 은행 관계자 등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최대 은행인 아그리뱅크의 찐응옥칸 회장과 면담하고 지분투자를 포함한 은행·비은행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얀마에서도 현지 최대인 HTOO그룹의 은행·보험·여신전문회사 등 금융자회사와의 협력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는 위험도 따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은 기반도 없고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사업하는 만큼 새롭게 은행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며 "같은 아세안 국가여도 국가별 규제환경과 진출 단계는 천차만별이란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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