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일대. <사진=서초구>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서울 강남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후분양’을 고려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점을 흡인 요인으로 꼽는다. 건설사의 무책임한 부실시공을 방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2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방배13구역, 한신4지구, 경기 과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와 경기도시공사 등은 분양 방식을 후분양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은 후분양을 잠정 결정했다. 이곳 정비사업조합은 9월 착공을 앞두고 시공자 삼성물산과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선분양을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때문에 (준공 시점) 시세의 60~65% 정도 밖에 분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도 내부적으로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올해 중순 조합원 이주를 시작하려는 이 지구는 후분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조합원 모두 후분양에 긍정적이지만 시공사와도 의견을 조율해야 해 당장 확정할 수는 없다”며 “후분양을 하면 반드시 시공자 연대보증이 필요한데 시공자가 이를 응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후분양 바람이 경기도에도 불고 있다.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는 1월말 조합원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 841명을 대상으로 분양 방식을 놓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선분양 153표, 후분양 665표를 얻어 과천주공1단지 일반분양 진행방식은 후분양제로 정해졌다.

사실 이곳은 2017년 3월 일반분양을 시도했으나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HUG가 보증을 거부했다. 후분양제를 택하면서 일반분양이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고 분양가격은 종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조합은 3.3㎡당 3500~4000만원 수준으로 일반분양가를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제 과천 재건축 사업장 최고 분양가는 주공7-1, 7-2단지로 일반분양가가 3.3㎡당 2955만원이다. 이보다 500만~1000만원이 더 비싼 셈이다.

지자체도 후분양제을 권장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후분양제를 공공분야부터 추진하기로 하고 경기도시공사의 주택사업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시공사 주택사업이 주관하는 수원 광교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단지들은 2020년 착공 예정이다.

특히 최근 HUG의 첫 보증 사례가 나오며 ‘불쏘시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의 후분양제 로드맵 발표 이후 8개월 만이다.

HUG는 지난달 22일 ‘평택 신촌지구 A3블록사업’ 사업자를 대상으로 준공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의 주택사업비 조달을 지원하는 ‘후분양 대출보증’을 최초 승인했다. 이 보증은 공정률 60% 이상 되는 시점 이후 주택사업자가 분양하는 사업에 대해 주택건설자금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책임진다.

후분양의 가장 큰 메리트는 HUG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착공 전 분양하는 선분양 방식은 HUG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분양을 할 수 없다. 주택사업자가 아파트를 짓는 도중 유동성 위기 등으로 부도가 나는 리스크를 정부가 경계하고 있어서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HUG가 시공과 분양 대금 환급 책임을 지는 구조다.

반면 전체 공정의 3분의 2이상 지난 후분양은 HUG 보증 없이 시공자 연대보증만 있어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 분양가 책정이 자유롭다.

분양 시점이 뒤로 늦춰지면서 가격 상승효과도 낼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값 하락기에는 선분양이 유리하지만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후분양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침체와 별개로 집값이 상승하는 서울 강남과 경기 신도시 등에서 후분양 채택 단지가 늘어나는 현상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건설 과정을 보고 분양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실시공 위험성을 덜 수 있는 점도 꼽혔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그간 착공 전 분양이 만연하면서 건설사들의 품질 관리가 상당히 낙후되고 하자 보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주자들의 불만이 지속돼왔다”며 “지금이 후분양제를 확대해야하는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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