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SK브로드밴드>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한 LG유플러스에 유료방송시장 2위 자리를 내주게 된 SK텔레콤이 티브로드 합병으로 2위 수성에 나선다.

SKT는 21일 태광산업과 손잡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은 통신사-케이블TV 합병 건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수합병 내용과 인수금액은 향후 실사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SKT와 태광산업은 재무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SKB와 티브로드는 콘텐츠에 투자해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T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 계약조건은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MOU만 체결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광산업이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79.57%) 전부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티브로드 외에도 E채널·스크린·드라마큐브·폭스 등 방송프로그램제공업체(PP)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들 PP는 태광산업이 아닌 그룹 자회사인 티캐스트가 보유하고 있다. 이번 MOU에는 티캐스트가 빠진 만큼 이를 활용할 채널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방송 플랫폼과 협업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있어 티브로드 보유 지분 전부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SKT가 최대 주주가 되고 태광산업은 2대 주주 자리를 지키는 구도가 잡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SKB+티브로드, 공정위 허가 받을 수 있을 듯

SKT는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를 결정했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양사 합병을 반대해 케이블TV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공정위의 허가가 나와야 합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허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재 업계의 판단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2016년 SKT의 CJ헬로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 것을 ‘아쉬운 사례’로 꼽으며 “다시 심사한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티브로드는 국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시장 2위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무차입 법인으로 재무구조가 견실하다고 알려져 있다.

SKB 가입자와 티브로드 가입자를 합치면 약 770만명,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약 23.8%를 차지하게 된다. 기존 IPTV시장에서 SKB는 약 14% 점유율로 KT에 이은 2위였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며 점유율 도합 24.4%로 시장 2위로 올라섰다. SKB는 티브로드를 인수하게 되면 0.6%포인트 차이로 LG유플러스를 뒤쫓게 된다.

◇케이블 3위 딜라이브, KT 대신 SKT?

두 통신사의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KT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KT는 LG유플러스보다 앞서 SO시장 3위인 딜라이브와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가 지난해 6월 일몰됐다가 최근 연장이 검토되며 움직임이 멈췄다.

25일 합산규제 재도입이 확정되면 KT는 딜라이브를 놓아야 한다. 점유율 6.45%인 딜라이브를 인수하게 되면 점유율 약 37.1%로 시장점유율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아직 20%대 중반인 SKT와 LG유플러스는 CMB, 현대HCN 등 다른 SO 추가 합병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KT는 아름방송네트워크, 서경방송 등 9개 개별 SO를 제외하면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오는 7월 2조원대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KT와 협상이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로 지연되면서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는 합산규제 문제가 해결되야 딜라이브 등 타 SO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딜라이브가 KT 대신 SKT와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SKT 입장에서는 단숨에 2위로 올라서기 위해 티브로드 외 다른 유선방송 인수가 필요할 수도 있고, 딜라이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KT를 대신할 구매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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