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정부가 지난해 외국환 거래규정을 개정해 새해 첫날부터 증권·카드사에 해외송금을 허가했지만 시행 이후 사업에 진출한 사업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등의 부담에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해 오고 있다.

외화제도개선 뱡안은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수요자 중심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방안’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송금·환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외환 분야를 혁신해 그동안 제한사항 등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증권·카드사도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액해외송금(건당 3000달러, 연간 3만달러) 업무를 올해 초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송금 사업 진출을 확정한 금융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조원에 이르는 해외 송금 시장이 무색할 만큼 시장 반응 역시 냉담했다. TF팀을 구성해 해외송금업을 준비해 온 금융투자 업계조차도 이 사업을 포기했다. 특히, 카드사는 현대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토 중일 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거나 TF팀을 운영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전달된 바 없다”며 “카드업계가 전체적으로 많이 톤다운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엇보다 수익성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계열사 눈치를 보는 곳도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인 은행에서 이미 하는 해외송금업을 이제 와 우리가 할 이유가 없다”며 “사내에서 (해외송금)업을 허가했다고 딱히 공격적으로 준비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안’이 더 시급한 과제로 보기 때문에 해외송금업 진출 문제는 관심 사항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C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카드사의 존재 이유이자 주 수익원인데 1월 31일 개편을 앞두고 골치를 앓고 있다”며 “금융위원회 TF팀에서 부가서비스 조정 등에 대해 완화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는 앞서 카드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를 마련했다. 카드사 간 과당경쟁 심화에 따른 건전성 제고를 위해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1월 말 결과를 앞두고 있지만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해외송금업을 실시한 현대카드 조차도 이번 개정안과는 별개인 ‘위탁형 소액송금업’ 방식으로 진행해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3개사(현대카드·신한은행·커렌시클라우드)가 함께 진행하는 부분이라 수수료를 나눠 갖기 때문에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며 “현대카드는 해외송금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다른 카드사에 없는 차별화된 ‘혜택’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카드업계의 이 같은 반응에 의외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송금업을 추진할 당시 증권·카드업계가 적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1월부터 업계가 당장 해외송금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송금에 냉랭한 카드업계 분위기에 기재부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여전히 법령 등을 살피기 위해 문의하고 있다”며 “카드사 역시 지주회사를 가진 곳 중심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하나·KB 카드 등에서 적극적으로 문의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해외송금업을 반대한 금융위원회는 은행만큼 해외송금업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증권사와 카드사를 염려했다”며 “자금세탁방지 이행역량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 증권·카드사 요구로 금융위도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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