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학회는 14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탈원전 정책하에서 시민운동과 학회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대만의 탈원전법 폐지가 가능했던 것은 국가 전력수급에 원전이 기여하는 바를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이 병행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을 국민이 뒤집은 대만의 경험은 유사한 궤도에 오른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4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탈원전 정책하에서 시민운동과 학회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대만의 탈원전법 폐지 국민투표 성사 주역인 예쭝광(葉宗洸) 대만 국립칭화대 교수는 ‘이핵양록(以核養綠‧핵에너지로 녹색을 키운다)’ 국민투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소개했다.

2016년 5월 집권한 차이잉원 대통령은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2025년 전력수급 목표를 천연가스 50%, 석탄 30%, 신재생 20%, 원전 0%로 잡아 완전한 탈원전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대만 사회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전력공급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5월엔 병원에서 전기가 끊기고 8월에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는 등 사태 심각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갔다. 대만 GDP 성장률에 비례해 전력 발전량이 늘어났고, 전력 예비율이 6% 아래로 떨어진 일수도 2015년 32일, 2016년 80일, 2017년 104일로 점차 늘어났다. 특히 원전이 있었던 대만 북부 지역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예중광 교수는 “2025년엔 전력 수요가 눈에 띄기 늘어날 것이란 점은 너무나 자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중광 교수는 그 원인이 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진단했다. 예 교수는 “에너지원 중 원자력 비중이 3년 만에 19%에서 9%로 낮아졌고 대기오염으로 화력발전 가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실현가능성이 없는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원전 설계수명이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원전을 중단시킨 것은 정치적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말,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제95조제1항 폐지를 위한 ‘이핵양록’ 국민투표가 발의가 됐다. 예중광 교수는 “탈원전 정책에 찬성을 표명하지 않은 국민들이 많이 있다고 믿었고 국민투표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정부에 전달하고 싶었다”라면서 “나아가 2025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대만 법에 따르면 국민 투표를 위해서는 1‧2‧3단계에 걸쳐 총 유권자의 0.01%, 1.5%, 25%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서명을 얻어내야 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반하는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국민투표를 집행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 질문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1단계 서명을 다 받은 시점 선관위는 질문 ‘공기오염과 생태학적인 재앙을 막기 위해, 이 재앙을 야기하는 탈원전이 담긴 전기사업법 95조1항을 폐지하는데 동의하십니까?’를 ‘원자력 에너지 기반 전력시설을 폐기한다는 전기사업법 1조 폐지에 동의하십니까?’로 바꿔야 한다며 2단계 서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예중광 교수는 “선관위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5월 공청회를 거쳐 선관위의 요구대로 문구를 수정해 투표문을 다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핵단체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예중광 교수는 “반핵단체는 선관위가 투표 문항 답변을 반대로 유도하는 문자를 보냈다”라면서 “이러한 모든 채팅앱에 퍼지며 언론사에 일일일 연락해 사실이 아님을 알렸다”라고 밝혔다.

예중광 교수는 국민투표 과정 중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고 밝혔다. “기저발전인 원자력이 가동돼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이끌어낼 수 있고 전기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다양한 매체에 논평과 기사를 내는 것은 물론 어린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기초강연을 꾸준히 진행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공식 기금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예중광 교수는 “전국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기차와 지하철 역사 등에서 홍보하거나 서명양식을 배포했다”라면서 “또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함께 협력했고 바나나먹기 챌린지 등의 관련 행사도 개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단계 서명 허가 시점엔 세계적 환경운동가 등이 대만을 방문해 지지 활동을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만은 결국 지방선거가 실시된 지난해 11월 24일, 국민투표 최종 결과 589만5560명의 찬성표(3단계 요건 500만명)를 얻어 탈원전법 폐지를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예중광 교수는 “탈원전은 전세계적 기조가 아니며 원전은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대만관 상황이 비슷한 한국에서도 우리의 경험이 원전을 제대로 가동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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