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개봉하는 영화 ‘커런트 워’의 한 장면. <사진=이수C&E>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축구팬은 ‘라이벌’을 이야기할 때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얘기한다. 선수로 이야가하자면 호날두와 메시 정도 될 것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을 이야기한다. 아마 KBO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이었을 것이다.

대중영화에서 ‘라이벌’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는 밀로스 포먼의 ‘아마데우스’가 주로 언급된다. 모차르트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톰 헐스)와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살리에리(F 머레이 아브라함) 이야기가 중심 축이다. 이들은 ‘1인자’와 ‘2인자’라는 위치의 특성을 가장 잘 다루고 있다.

사실 과학계에서도 ‘라이벌’은 늘 존재했다. 어쩌면 ‘과학’ 그 자체가 라이벌 간의 경쟁심리를 먹고 자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인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이야기는 1월 개봉을 앞둔 영화 ‘커런트 워’를 통해 곧 만날 수 있다. 천재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을 새로운 방향에서 재조명한 이 영화에서 경쟁자 테슬라 역할이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디슨과 테슬라가 1887년 직류와 교류 전류를 놓고 벌인 이른바 ‘전류전쟁’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아마데우스’ <사진=시네마뉴원>

과학계 라이벌은 에디슨과 테슬라 말고도 또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1927년 아인슈타인은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고 닐스 보어는 이에 반박했다. 다만 실제로 닐스 보어는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양자역학은 두 사람의 논쟁 과정에서 더욱 크게 발전했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 역시 사무엘 랭리 교수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1897년부터 동력비행기 개발에 돌입한 랭리 교수는 2년 뒤인 1899년 라이트 형제에게 자문을 하던 중 이들이 자신의 동력비행기 아이디어를 듣고 비행에 성공했다며 크게 분노했다. 랭리 교수는 1903년 동력 비행기 시험비행에 나섰다가 추락하기도 했다.

다음해인 1904년에는 랭리와 라이트 형제의 정면대결이 성사됐다. 2만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동력비행기 성능을 테스트했고 결과는 라이트 형제의 완승이었다.

세균학에 있어서 양대 산맥인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도 빼놓을 수 없다. 파스퇴르는 분자의 광학 이성질체를 발견했고 저온 살균법과 광견병, 닭 콜레라 백신을 발명했다. 로베트르 코흐는 탄저균과 결핵균, 콜레라균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각각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세균학 연구에 몰두했으며 훗날 모두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과학의 경쟁은 개인대 개인뿐 아니라 집단대 집단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우주과학 선두에 서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당시 정치가들에게 우주과학은 정치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한 활동이었고 이는 정치적 이익과 맞물려 ‘뜻밖의 경쟁’이 됐다.

기업 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6년 8월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으나 폭발사고로 두 달도 채 안돼 단종해야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제품에 혁신기술을 더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놓는다. 이로 인해 한동안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획기적인 성능을 더하는 대신 결함이 적고 안정적인 폰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스마트폰 점유율이 그렇게 굳어지는 듯 했으나 갑자기 등장한 화웨이가 혁신을 더한 스마트폰으로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혁신기술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공지능(AI)과 5G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의 ‘혁신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경쟁 덕분에 우리는 더 획기적인 스마트폰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 “편의점 음식이 왜 맛있냐”는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론은 간단했다. 전국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즉석식품 품질이 편의점 성패를 결정짓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각 편의점들은 도시락 질과 종류를 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다시 말해 ‘선의의 경쟁’이 업계 전반의 질을 끌어올린 셈이다.

테슬라는 에디슨의 직류가 있었기에 교류전기를 개발할 수 있었고 라이트 형제는 랭리 교수와 경쟁했기에 동력비행기를 발명했다.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의 경쟁 덕분에 더 크게 발전했으며 스마트폰 역시 기업 간 경쟁으로 기술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라이벌과의 정정당당한 경쟁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과학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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