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온수관이 파열된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올겨울 수도권 등지에서 20년 이상 된 열 수송관(온수관)이 줄줄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노후화가 심각한 도시 시설물 위주로 보수보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소식통에 따르면 겨울철에 진입한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 일산동구와 안산 단원구, 서울 목동 등 3곳에서 노후화된 온수관이 잇따라 파열되며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먼저 12월 4일 저녁 8시경 고양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온수관이 터져 차량에 타고 있던 송모(69)씨가 숨지고 50여 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사고 당일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1월 4일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관리책임자와 현장 점검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A사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고가 난지 일주일 만에 서울 목동에서도 온수관에 균열이 났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12월 11일 낮에 목동1단지 아파트 앞 화단에 묻힌 온수관에 금이 가면서 온수가 흘러나왔다.

가까스로 굴착기를 동원해 연기가 나오는 빈틈을 막았지만 긴급 복구한 당일 오후 6시경 바로 옆 또 다른 온수관이 터졌다. 연속된 사고로 아파트 1800여 가구의 난방과 온수가 무려 17시간 넘게 중지됐다.

목동1단지 한 거주자는 “사고 당일 온수관이 터지며 난방과 온수가 17시간이나 중단돼 1800여 가구가 벌벌 떨었다”면서 “특히 사고 당일 추위가 매서워 차라리 찜질방이 낫겠다 싶은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안산시 단원구에서도 온수관 사고가 발생했다. 단원구청에 따르면 그달 12일 저녁 8시 30분께 단원구 고잔동 푸르지오3차아파트 단지 부근에 묻힌 온수관 파열로 주변 1137가구에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다. 주민들은 안산시와 소방당국은 굴착 장비를 동원해 복구하는 4시간여 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올 겨울 들어 유달리 온수관 사고가 잦아지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진단이 나온다. 온수관 자체가 오래되며 내구성이 약화되는 동시에 대규모 도시 개발 및 지반 침하로 인한 압력이 가해져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지역 난방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파열된 온수관의 설치 시기를 보면 목동1단지는 1985년, 고양 백석과 안산 단원구는 1기 신도시 조성 시기인 1991년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33년, 27년이 지난 것이다.

난방업계 전문가들은 온수관은 사용량과 현장 상황, 배관 상태, 배관 품질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할 수 없지만 짧게는 15~20년, 길게는 30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세 지역 모두 권장 수명을 웃돌고 있는 셈이다.

한 난방업계 관계자는 “말만 신도시지 1기 신도시는 조성된 지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면서 “방치되고 있는 노후화된 기반 시설들을 손보지 않으면 재발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사고가 난 후 뒤늦게 대응하지 말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과감하게 확대해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전반적으로 노후화되는 건물과 시설물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난방업계에 따르면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990년대 초 지어진 1기 신도시들은 전부 3종 시설물의 노후화 진행이 심각한 수준이다. 3종 시설물이란 온수관을 비롯해 안전관리가 필요한 도시 내 소규모 시설물을 말한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면서도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의 연결구간 용접부 덮개가 내구성이 낮아지면서 파열돼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고 20년 이상 장기사용 열수송관 686㎞의 긴급점검과 정밀진단을 시행해 1월말까지 안전점검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확한 원인 진단을 위해 국릭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작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동의한다”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는 대로 유사한 취약성을 가진 모든 온수관을 교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