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과거 컴퓨터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요인 중 하나는 최적화였다. 하드웨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요구 사양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언젠가부터 주객이 전도되며 게임을 제대로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역시 이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프로세서는 하드웨어가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와 내장그래픽까지 칩 하나에 모든 반도체가 구성돼 있는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SoC)이다. 데스크톱처럼 하드웨어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좁기 때문에 택한 고육지책이다. 여기에 배터리를 탈착형 대신 내장형으로 바꿔 스마트폰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었다.

여기서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발열이다. 프로세서 안에 집적된 트랜지스터 전류가 흐르며 전자가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아 별도 냉각시스템을 배치하기 어렵다.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모바일 AP가 과열되고, 결국 스로틀링(Throttling, 과열이 심해지면 기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동작 속도를 낮추고 전원을 차단하는 기능)이 걸리며 성능이 떨어지고 만다.

켜놓는 것만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방치형 게임은 밤새 충전 케이블을 꽂은 상태에서 켜놓아 발열이 더욱 심해진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타임이 짧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AP 발열문제를 만족할 만큼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프트웨어 요구사양이 하드웨어를 따라갔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마저도 현재는 모바일 게임 성능을 따라가기 위해 AP의 코어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하이실리콘 등 AP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지만 원천적 해결방안은 아직 찾지 못했다. 전자 충돌을 적게 하는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찾은 대안 중 하나가 ‘big.LITTLE’ 솔루션이다. 저사양 작업에는 코어를 적게 쓰고 고사양 작업에는 코어를 많이 사용해 발열을 줄이는 방식이다. AP 성능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은 잉여성능이 발생하는 대신 열 발생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히트파이프에 들어가는 유체는 뜨거워지면 기화하면서 열을 분산하고,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액화되며 돌아오는 방식으로 발열을 해소한다.

또다른 해결책으로 데스크톱 프로세서 냉각에 사용되는 히트파이프가 있다.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0.5mm 이하 얇은 히트파이프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발열을 일부 해소했다. 하지만 아직도 몇 시간 이상 최대 성능을 발휘할 만큼 AP 발열을 제어하기는 어렵다. 물리적인 쿨링팬이나 열 배출구를 배치한다면 한결 나아지겠지만, 방수방진 효율도 스마트폰 구매 요소가 된 현재로서 가능성은 낮다.

스마트폰에서 열이 발생하는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따라서 향후 고성능 스마트폰의 관건은 상향평준화된 동작 속도나 메모리 용량보다 애플리케이션 동작에 따른 코어의 자원 배치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달려 있다. 프로그램의 요구 성능에 딱 맞는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애플 아이폰도 발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보면 발열 문제 해결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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