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부동산 한파가 전국적으로 몰아치는 가운데 경매로 쏟아지는 주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감소해온 부동산 법원경매 진행건수가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한 해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지난해 10만7381건 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11만7000여건에 이를 전망이다.

부동산 대출규제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정부의 ‘9·13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상복합이 줄줄이 경매행인 것이 눈길을 끈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경매 진행물건 수는 9월 52건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10월 83건, 11월 65건으로 증가했다가 이달은 24일 기준 56건을 기록하고 있다. 낙찰건수도 함께 증가해 지난 9월 6건에서 11월 12건으로 갑절이 됐다.

지난달 4일 강남구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매물이 낙찰된 데 이어 주상복합인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도곡동 타워팰리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물건이 매각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환금성이 높은 주택보다 고가 주상복합 물건들이 먼저 경매 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춘원 광운대 법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수요억제에 맞춰지다보니 급매로도 팔지 못한 물건이 경매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전국적인 자산가치 하락 속에서도 공급이 부족한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경매시장에서도 지역 간 온도차가 확연하다.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경기·인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낙찰가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2.8%를 기록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낙찰가율은 107.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7월(104.6%)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8월(84.5%)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유독 지방에서 미분양, 미입주 폭탄이 터질 때 예견됐던 일”이라며 “투자자들은 반값 수준까지 폭락한 강남 아파트를 구입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2차 e편한세상 전용 107.7㎡ 아파트는 응찰자 10명이 몰린 가운데 감정가 9억66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비싼 11억8999만원에 낙찰됐다.

또 서초구 방배동 리치팰리스 전용 102㎡ 아파트에는 31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 9억원보다 비싼 약 9억3900만원에 낙찰됐다.

이와 달리 경기·인천 등 지방 경매 시장은 급격한 위축세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는 낙찰가율이 90.7%를 기록한 반면 경기는 75.5%, 인천은 70.5%를 기록했다. 단독·다가구 경매도 서울은 낙찰가율이 87.0%였으나 경기는 80.9%, 인천은 69.5%에 그쳤다.

특히 오피스텔 경매 시장도 위축된 양상이다. 서울 오피스텔의 낙찰가율은 지난 8월 70.3%로 올해 들어 최저점을 기록한 뒤 9월 84.4%, 10월 99.8%로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지난달 다시 69.8%로 급락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 3구, 서울, 경기, 인천 등 순서로 수도권에서도 점차 외곽으로 갈수록 가격이 빠지고 아파트 보다는 다가구·연립 등 인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며 “결국에는 서울 지역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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