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서울 모처에서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을 처음 만나던 날. 그는 자신의 체구만한 캐리어(여행가방)을 끌고 나타났다. 김 관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곧장 말레이시아로 출장을 떠난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 과학관들과 교류를 하기 위해 일주일 간 떠나는 출장이다.

지역 과학관은 중앙과학관이나 과천과학관과 달리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관장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김 관장은 국립대구과학관이 지역 특성화된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의 꿈을 키우는데 든든한 후원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김 관장은 이날 먼 출장길에 몸을 실었다.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 <사진=국립대구과학관>

한 때 ‘과학관’이라는 것은 대전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10여년이 지난 지금 과천과 대구, 부산, 광주 등에 과학관이 생겼다. 국민이 가까이에서 과학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늘었지만 동시에 과학관 방문객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점도 떠안게 됐다.

전국 국공립 과학관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생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생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다. 과학관의 경쟁력은 독자적인 콘텐츠에서 비롯된다. 부산은 해양산업, 광주는 광산업, 대구는 철강과 섬유 등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각자만의 무기’인 셈이다.

대구과학관은 이 ‘무기’를 활용해 꾸준히 관람객들을 모으고 있다. 김 관장 말대로 대구 최남단에 위치해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곳이지만 2013년 개관 이래 꾸준히 관람객이 늘고 있다.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교통이 열악한 점을 감안한다면 대구과학관의 이 같은 성과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김 관장은 “중앙에서는 지역 기관들을 보면 그리 바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지역에 가보면 그들 나름대로 굉장히 바쁘다”며 “우리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과학관은 5주년을 맞아 내년에 5가지 주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관장은 “5주년이라 5개의 사업을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5개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 분명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구과학관이 새해에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린이 전용 과학체험관이나 미래형자동차 체험관, 공동직장어린이집 건립 등 어린이를 위한 것이 많다. 대구과학관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과학이라는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대구·경북 지역색을 갖춘 과학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과학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과학관은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과학관이 없던 지방에 과학관을 만들고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무한한 상상과 고민에서 비롯됐다.

대구과학관은 여전히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한 대구과학관장으로부터 무엇을 상상해왔고 상상할 계획인지 직접 들어봤다.

김주한 관장은 대구과학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관람객 수가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병석 기자>

다음은 김주한 관장의 일문일답.

= 국립대구과학관 소개를 부탁한다.
▲ 국립대구과학관은 대구‧경북과 서부경남지역을 아우르는 국립과학관으로 지역 특화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산업과학기술관이다. 11만㎡ 부지에 상설전시 2개관, 4D영상관, 천체투영관, 숙소, 천체관측소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상설전시와 특별기획전시, 과학교육, 과학문화행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 국립중앙과학관장도 역임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앙과 지역의 차이가 있는지. 다른 국립과학관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 중앙과학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관장이 공무원 신분이지만 대구과학관은 독립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관장은 임기 3년 동안 기관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 기관 운영에 대한 철학과 업무를 대하는 자세나 책임감 등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또 중앙과학관은 과학기술 수도인 대전에 위치하고 있어 평소 중앙정부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만 대구는 중앙보다 지역에 밀착돼 있기 때문에 항상 지역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과기정통부 산하에만 5개의 국립과학관(중앙‧과천‧대구‧광주‧부산)이 있는데 각 국립과학관은 종합과학관의 기본 임무인 전시‧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각각 차별화해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구과학관은 상설전시관에 ‘과학기술과 산업’이라는 주제로 산업 속 과학 기술, 생활 속 과학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물과 함께 지역 대표 산업인 섬유, 한의학, 철강,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도시시스템 등의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 속 철의 모습과 역사, 철의 특성 및 제조과정을 배울 수 있는 ‘철강놀이터’와 최첨단 웨어러블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관’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보존가치가 큰 대구‧경북지역 산업‧과학 유산을 발굴‧조사하고 기증 받아 ‘저울, 질량을 말하다’와 ‘쟁기, 트랙터로 진화하다’와 같은 특별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 국립대구과학관은 24일 개관 5주년을 맞는다. 5년간의 주요 성과를 평가한다면.
▲ 2013년 12월 개관한 국립대구과학관은 지난 6월 9일 누적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65만명을 시작으로 2016년 67만명, 2017년 69만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73만명이 방문했다. 전국 5개 권역별로 국립과학관이 설립돼 경쟁하고 있다. 주 고객인 초‧중‧고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매년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전시‧교육‧행사 종류를 다양화하고 질적 수준을 높여 재방문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상설전시관 전시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야외 체험 전시품을 대폭 늘렸다. 현재까지 상설전시관 전시품을 36% 교체했고 사이언스광장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야외 전시품과 기초과학 전시품을 확충하는 한편 어린이관을 리모델링해 ‘아이플레이관’으로 재개관했다.

글로벌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교육도 활발하다. 2016년부터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 키트피크 천문대 등을 방문하는 ‘NASA&우주 해외교육연수’와 올해 새롭게 ‘한‧중 청소년 과학캠프’를 중국 광둥사이언스센터 및 둥관과학기술관과 협력해 시행했다. 새해에는 약 20여명의 중국 학생이 국립대구과학관을 찾을 계획이다. 이밖에 경북대학교와 협력해 외국인 인턴학생이 영어로 과학교육을 진행하는 ‘글로벌 과학스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번 교육생 정원을 웃돌 만큼 반응이 좋다.

계절별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과학문화 체험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시작으로 ‘과학상상 페스티벌’부터 ‘한여름의 판타지아’ ‘가을! 과학에 물들다’ ‘윈터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개최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다른 과학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김주한 관장은 대구과학관에 앞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체험관, 어린이집 등을 확충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조병석 기자>

= 새해에 선보일 주요 사업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 국립대구과학관은 6월 ‘지역특화 과학기술 전시‧교육‧행사의 혁신을 통해 유아부터 성인까지 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과학기술에서 미래희망을 발견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과학‧문화‧여가 복합공간 창출’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과학관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교육‧행사를 운영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새해에는 모두 5개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전국 과학관 최초로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한다. 과학관이 위치한 테크노폴리스와 인접한 달성2차 산업단지, 구지국가산업단지 주민의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구과학관이 인근 11개 기업‧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근로복지공단의 공동직장어린이집 설립 지원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새해에 착공해 2020년 완공 예정이다.

또 어린이과학관을 2020년 말 완공 목표로 건설한다. 성장시기별 발달특성을 고려해 어린이들의 과학탐구와 체험이 가능하도록 상설전시와 놀이공간이 어우러진 공간을 구축할 예정이다. 미래형자동차전시관을 조성해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자동차 발달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자동차 모습을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관을 2021년에 오픈할 계획이다.

정문을 개설하고 정문 옆에 주차장을 추가 건설하는 한편,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야외 과학마당에 3년간 다양한 전시품 설치해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어디서나 다양한 과학체험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행정에 오랫동안 몸 담은 김주한 관장은 고향인 경북과 대구에 과학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사진=국립대구과학관>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관 역할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위한 국립대구과학관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4차 산업혁명은 쉽게 말해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과학관은 전시‧교육‧행사를 통해 과학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다. 다시 말해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곧 4차 산업혁명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보여주는 ‘2030 미래도시 특별전’을 개최했고 올해는 수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주는 ‘수학나라의 앨리스 특별전’을 개최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을 볼거리와 체험거리로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새해에는 미래형자동차체험관을 조성해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미리 만나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학교 밖 과학교육기관인 과학관 역할이 더 커진다. 학교에서 과학지식을 주로 이론으로 배운다면 과학관에서는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체험 중심 교육과 3D 프린터 설계, SW코딩, 로봇, 아두이노 등 소프트웨어 중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전국학생과학신문공모전, 과학상상그리기대회, 무한상상 생활발명품 경진대회 등 다양한 공모전과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과학을 탐구하고 창의력을 뽐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 국립대구과학관을 찾는 청소년들이 “이거 하나만은 얻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 과학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시‧교육‧행사에 참여하면서 과학기술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방문객들이 과학 기술의 중요성-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과학기술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과학관을 방문하는 사람들(특히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자의 꿈을 키우고 과학기술 발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통신정책국장을 지냈고 2014년 제40대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역임했다. 2016년에는 과학기술전략본부장과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내다 올해 초 국립대구과학관장으로 임명됐다. 과학행정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김 관장은 고향인 경북과 대구의 과학발전을 위해 대구과학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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