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단순히 중독 현상이나 학습발달을 저해하는 요소로만 여겨지던 게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임이 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새로운 문화를 디지털 환경에 받아들이는 트렌드를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제광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17일 게임과학포럼이 주최한 제1회 TAG(Think About Game) 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TAG 포럼은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게임은 뇌 친구’란 캐치프레이즈로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선입견을 타파하고 게임 이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주고받았다.

이경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소장은 “게임은 아직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며 "게임과학포럼은 게임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과 요인들을 연구·해석해 게임에 대한 이해와 공정한 관점, 올바른 게임 활용법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유제광 교수,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등이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신석호 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 정지향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주유미 극동대 직업치료학과 교수 등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비디오게임 보급, 청소년 비행 발생율 낮아져"

유제광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게임에 대한 시선은 학업 성취나 신체활동 등 부정적 측면에서 거론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생산성을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논의는 게임대회 결승전에 4만여명이 찾을 만큼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기 이전에 논의되던 것이다. 이제 게임은 ‘아이들의 여가’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거대해졌다.

유제광 교수는 “조이스틱 하나를 조종하는 단순한 조작에서도 뇌의 여러 부분이 활성화되는 실험을 통해 게임을 통해 뇌인지기능이 긍정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비슷한 효과를 주의력 결핍, 전두엽 기능 저하 등 인지기능의 퇴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또 게임으로 인해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비디오게임의 보급으로 청소년 비행 발생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제광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1개 연구센터가 10년간 3400억원을 들여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약물 알콜 뇌진탕 스크린타임 등이 두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ABCD Study’가 진행되고 있다. CBS에 따르면 2025년까지 진행되는 이 연구에서 스크린 타임 7시간 이상인 경우 뇌의 피질 두께가 감소했고, 2시간 이상이면 사고와 언어 기능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 책임자 중 한 명은 이 결과에 대해 “우리는 이런 결과가 스크린 타임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나쁜 것인지도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제광 교수는 “디지털 환경은 양방향 상호작용으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특히 새로운 세대는 현실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새로운 생활환경을 디지털로 구축하고 있다”며 "개인으로서 게임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선택을 위한 능력이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게임 내 상호작용으로 이룰 수 있는 가치를 존중할 필요도 있다. 게임 안팎에서 마주치는 경험을 모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게임은' 삶에 긍정적 영향 준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1997년 IBM의 체스기계 딥블루가 처음으로 인간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으며 호모 사피엔스의 위기가 시작된다. 뒤이어 2011년 퀴즈 인공지능 ‘왓슨’은 두 명의 세계 챔피언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은 승리를 거둔다. 2014년에는 기계인지 인간인지 테스트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의 챗봇이 등장한다. 2016년에는 예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등장했다.

김경일 교수는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미술 인공지능 렘브란트 머신이 수백만장의 렘브란트 그림을 학습해 창작한 새로운 그림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렘브란트스러운 그림’이라고 평가했지만 김 교수는 “인공지능(AI)이 피카소처럼 새로운 개념의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A와 B를 학습해 C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유추능력으로 가능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인 두 가지의 질문을 하면 인간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답을 하지만 AI는 무조건 두 번째 대답이 느리다"며 "이는 ‘모른다’는 대답을 내기 위해 모든 정보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 연관이 없는 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귀결시킬 수 있는 것은 유추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 은유라는 것이다.

글과 그림과 음악 등의 문화콘텐츠는 세상 모든 요소를 간접 표현할 수 있는데 현재 이 요소들을 모두 갖춘 것이 게임이다. 김 교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은 이를 즐기는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게 된다”며 “우버가 택시의 도착을 기다리는 게임적 요소를 도입해 거대한 IT 기업이 된 것처럼 게임에는 유추를 가능케 하는 은유적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좋은 게임은 감각에 호소하는 은유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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