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성철 KAIST 총장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KAIST>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신성철 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가 다음 이사회로 유보됐다.

KAIST는 14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신 총장의 직무정지와 이사선임, 예산안 등 5개 안건을 심의했다.

KAIST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신 총장을 제외한 9명의 이사들이 직무정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이사마다 의견이 달라 표결을 거치는 대신 차기 이사회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이사회 간사)은 입장문을 통해 "이사회는 과기부가 관련 법령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법적 조치를 이행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존중한다.  이사회는 한국 과학기술의 긍지인 KAIST가 타 기관의 감사 결과에 의해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고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사회에서는 KAIST의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직무정지 건은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신 총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존경하는 이사님과 이사장님, 정부 관계자의 결정에 대해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대학을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 결정은 내년 차기 이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KAIST는 매년 3월과 12월 정기 이사회를 결정하지만 신 총장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내년 초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 사안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 철회를 요구하던 교수협의회 측은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승섭 KAIST 교수협의회 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이사회에서 충분한 소명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정부와 학교 측에서 성실하게 조사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신 총장은 이날 지난 2013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당시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와 이면계약, 제자 편법채용, 국가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의혹을 받았다.

신 총장은 DGIST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LNBL과의 협약 과정에서 장비 사용료를 비롯한 일부 연구비가 이중으로 송금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LBNL은 연구 장비를, DGIST는 연구비를 서로 제공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한 매체는 신 총장이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진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 이면계약서를 작성하고 연구비를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과기정통부는 보도가 있은 후 사흘 뒤 신 총장과 DGIST 연구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추가 감사인력을 KAIST에 파견했다. 이어 이틀 뒤 KAIST 이사회에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신 총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 기초연구소인 LBNL과 무명의 신생대학인 DGIST가 협약을 맺고 LBNL의 첨단 과학시설을 연구자들이 마음껏 사용하며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며 “이제 와서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의혹이 전개되는 상황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신 총장의 의혹과 관련해 과학기술계에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AIST 교수들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신 총장의 의혹과 관련해 “평생 연구와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사회에서 직무정지를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교수들은 “신 총장은 30년간 KAIST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나노 자성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으로 선정되는 등, 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료 교수들의 신망과 존경에 힘입어 카이스트 교수협의회가 추천하는 총장후보 1순위로 세 번이나 당선됐으며 평생 연구와 관련해 어떤 잡음도 없었다. 이렇게 학문과 양심에 자긍심이 높은 과학자를 배임이나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여 평생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KAIST 교수들은 당시 “과기정통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감사 시작과 동시에 고발과 직무정지를 요청하는 인격살인적인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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