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학교에서 최신 기술을 가르쳐주는 과목이 없어 직접 배울 수 밖에 없어요.”

“인공지능(AI) 같은 최신 분야로 진출하고 싶지만 학교 수업이 개설되지 않아 배울 수가 없었어요.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친구를 사귀어 이와 관련된 해외 자료를 공유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소프트웨어(SW)가 제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핵심이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는 SW산업의 중요한 생산요소라고 입을 모으지만 ‘젊은 인재’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SW 신기술 분야 취직을 희망하는 20대 청년들은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으로는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어렵고, 조기교육 부족으로 대학 진학 후 관련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이들은 신기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결여된 상태다.

10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산업인력은 향후 5년간(2018∼2022년) 총 2만50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를 원하는 기업 수요는 많지만 이를 충족하는 미래형 인재는 부족한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순 인력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래 신산업을 이끌 젊은 인재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연구소는 최근 SW 신기술 업계로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20대 청년 24명을 3개 표적집단(SW 전공자, 취업준비생, 비전공자)으로 나눠 SW 교육, 취업 등 애로사항 전반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들은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업무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습위주 학습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며 “실제 취업 면접에서도 실습, 실무 경험을 물어보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토론자는 “실무에서 쓰이는 내용이 적어 나중에 혼자서 추가로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더 든다”며 “지금 인턴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당장 실무에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도 이 같은 주장에 의견을 같이 한다.

정철 나무기술 대표는 “신기술, 그 중에서도 클라우드는 기술 복잡도가 높아 장기간 숙련기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분야이긴 하다”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 대학 가운데 클라우드 등 신기술 전문가를 육성하거나 관련 실무를 교육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숙련기간을 제공해야 할 신입개발자 보다는 경력개발자 수급에만 몰두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고급개발자 부족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발자를 채용하려고 면접을 진행했는데 고급개발자들은 그저 와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 수준”이라며 “현장에 투입 가능한 전문개발자 육성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학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기울어진 인력난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신기술 시장 성장률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AI는 총 1만4139명, 클라우드는 총 6724명, 빅데이터는 총 2428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3개 분야 모두 석・박사급 고급인력 수요 비중이 신입개발자 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클라우드는 석・박사급 인력 수요비중이 44%인 2959명으로 가장 많았다.

SW업계가 대학 등에서 교육 부실로 인해 고급 인재를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자료사진 =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젊은 SW 인재들은 조기교육 경험 부족으로 대학 진학 후 관련 수업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고, 이론 중심 수업으로 흥미가 반감된다는 의견도 냈다. 이들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SW에 관심이 많아 대학 입학 시 SW 전공을 선택했지만 최신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SW 기초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스로 SW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는 대답이다. 복수 응답자는 실무와 전문성이 부족해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여성차별, 스펙위주 채용에 대한 우려와 객관적인 SW 역량 평가 기준 설정 필요성도 피력했다.

이들은 “나중에 진짜 빅데이터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SW 현장은 대부분 남성들이어서 많은 여학생들이 SW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성들을 위한 SW 교육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SW산업 여성종사자는 2015년 8만8069명에서 지난해 9만6383명으로 늘었지만 전체 종사자 35만5055명(2017년)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실 인원 대부분이 남자”라며 “빅데이터, 핀테크 등 신기술 분야 중심으로 여성 개발자들이 많이 늘기는 했어도 남자 10명에 1명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을 추진한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노동부, 국방부 등 다부처간 협력이 중요하고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해 정책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SW 중심대학 선정·평가 시 교과과정에서 실습과 인턴십 비중을 상향해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인재배출 유도를 제안했다. 지역별 SW 창업사관학교 운영과 SW창업 지원 방안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또 “IT역량지수(TOPCIT)를 역량평가나 채용기준으로 확대 적용해 공정한 기준으로 인재들을 평가하고 ‘SW 일자리 으뜸기업(가칭)’을 선정해 능력위주 채용을 추진하는 기업에 행정,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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