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의 원유저장탱크.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50달러선으로 폭락한 유가로 비상이 걸렸다. 장부상 수천억에 달하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발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를 시작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역시 트위터를 통해 유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OPEC은 석유 공급량을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보기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배럴당 80달러선으로 올랐던 유가가 30달러나 추락하면서 50달러에 머물게 된 것 역시 이런 정치적 변수 때문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간 정유업계가 사상최대의 실적을 내왔지만 정치적 변수로 인한 변화의 폭이 워낙 커 보폭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의 급등락은 손익과 직결된다. 따라서 예측가능한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난 10월 평균 70.76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WTI 기준)가 20달러 이상 급락하면서 그전에 구입해 둔 원유에 대한 4분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7%(0.36달러) 내린 52.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정유업계의 4분기 재고평가손실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내년도 역시 과거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지난 3년간 정유산업이 호황이었던 것은 유가가 계단식으로 상승해 영향으로 재고 관련 이익이 좋았고 정유공장 증설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며 "전반적으로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정유4사도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가 큰 기존 정유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과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석유화학 비중을 높이는 중장기 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위사인 SK이노베이션의 역대 최대실적(1조3772억원)을 이끈 것도 비정유였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49%에 불과했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을 2016년 56%에 이어 작년 64%까지 끌어올렸다.

GS칼텍스도 에틸렌 7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며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2021년까지 에틸렌 75만톤 생산 체제를 갖춘다.

한편에서는 2020년부터 시행 예정인 선박용 연료유 규제 'IMO 2020'이 친환경 고부가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키워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급변하는 외부 변수로 각사가 사업전략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전통적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중장기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IMO 2020와 같은 예측가능한 변수를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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