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등을 골자로 하는 공익위원 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 출범 하루를 앞두고 삐걱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이를 회유하기 위해 내놓은 공익위원 안이 재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재계가 요구하는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 기간 연장 등을 협상카드로 내놓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22일 열리는 경사노위 공식 출범식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고 19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사노위 출범은 노동계와 우리사회 문제 전반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는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파업과 재계 반발로 경사노위가 논란이 되면서 청와대가 바라던 순조로운 출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총파업 하루 전날인 20일 해고자와 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익위원 안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민주노총에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익위원 안에는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자격을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조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상충될 여지가 있다’며 ‘해고자 및 실업자 등 근로자의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돼있다. 사실상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국은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87호, 98호)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공익안을 토대로 내년 1월말까지 노사합의를 전개할 방침이다. 박수근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익위원 합의안 도출과 노사정 주체 간에 이뤄진 진지한 사회적 대화가 향후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논의와 대국민 공론화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위원회에서는 후속논의를 거쳐 최종합의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기조가 계속되는 와중에 친노동 정책이 또 하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사노위가) 노사 간 대화합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결국 친 노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실제로 표면에 드러나니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노조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은) 기업별 노조 체계이기 때문에 해고자가 노조에 들어가면 노사대화가 오히려 원활히 되기 힘들 것”이라며 “노조 전체 의견보다 복직 등 개인적인 주장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노조는 기업별 노조 형태가 대부분이다. 기업별노조는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산별노조와 달리 기업 단위로 결성한 노동조합이다.

노동계는 경사노위 안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탄력근로 기간확대 저지 등을 이유로 21일 총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경사노위) 안에서 해고자와 실업자를 노조에 포함시킨다는 문구가 나온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250만명에 달하는 특수형태 고용직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번 권고안은 공익위원이 발표한 문서 한 장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이 포함된 안을 국회에 입법시키는 등 실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 기간 연장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 등을 협상카드로 내놓으면 대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데도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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