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자유한국당 장제원 예결위 간사가 12일 오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정부 하반기 정책 사령탑을 맡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에 각계 이목이 집중됐다.

‘수현군 대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그가 취임 첫 일성으로 부동산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12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주말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을 “9.13대책 이후 안정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불안 요소가 발생하면 발 빠른 대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체제에서 외부적으로 행동반경이 제약된 김 실장이 적극 개입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그가 평소 역설해온 부동산 정책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은 2005년 참여정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재직하며 8·31 부동산종합대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했으나 정책적 성공을 보지 못하고 환경부 차관을 거친 뒤 2008년 학계로 떠났다.

김 실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10년의 와신상담’이었다. 이 기간 그는 세종대학교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부동산 관련 연구를 계속했다. 김 실장은 무조건적 보유세 옹호론자에서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2011년 펴낸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저서에 변화한 소신이 잘 드러난다.

먼저 김 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같은 금융규제를 가계와 은행 건전성 문제로 인식하고 대출을 늘리는 것은 금융리스크를 키우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무리하게 강화해온 대출규제를 조정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대출규제를 통한 수요억제에 집중되다 보니 시장에서의 거래절벽 현상 같은 혼란을 야기시킨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거안정과 양질의 주택 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 종부세 과표(공시가격 현실화)와 세율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초강력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재산세 인상을 골자로 한 상반기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재산세까지 세제개편 논의 과제로 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평소 ‘거래세 인하를 조건으로 하는 보유세 인상’를 주장해왔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 먼저 손을 대거나 누진구조에 변화를 준다면 서민층 우려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저서에서 “정부는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며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 보유세 대 거래세 비중을 4대6에서 6대4 또는 7대3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세 인하 주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은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등 성토모를 구성해 토지공개념을 주장해온 헨리조지파와는 차별화된 관점이다. 일각에서는 부적격 인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상 일변도로 진행해 온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84년 결성된 성토모란 성경적 토지연구를 위한 모임의 준말로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사상을 연구해온 모임이다.

토지공개념은 개인이 자신의 노동생산물을 사적으로 소유할 권리가 있는 반면 사람이 창조하지 않는 자연물인 토지 등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귀속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먼저 이 같은 주장을 펼쳐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 1년 반 동안 땅값, 집값이 1000조원 올랐다. 그 정책 중심에 김 실장이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정우 교수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수현 정책실장이) 보수화했다”고 비난하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혁적 경제학자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헨리조지 모임을 함께한 인사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모임에서 다뤄진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정책에 반영시킨 것이 종합부동산대책이었다”며 “이런 영향으로 시장경제를 잘 아는 경제학과 학생도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오해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정부에서도 지난해 6·19 대책과 올해 9·13 대책 및 신도시 3기 공급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아타기 수요'까지 포함한 1주택 이상 주택 보유를 투기로 규정하는 ‘다주택자 규제’가 그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이 학자로서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며 “결국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인상은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돼 서민 주거의 핵심인 전월세 비용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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