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우리 기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북제재 하 남북경협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이어진 경의선 철도가 지나는 남방한계선 통문 철길 주변으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주한 미국 대사관이 지난달 평양에 다녀온 4대 기업에 직접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했던 대북제재가 현실화했다. 남북 정부가 철도·도로 연결 연내 착공 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북제재 하에서 경협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기업을 직접 접촉했다. 정부 차원의 남북경협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주의를 환기하고 속도조절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극히 권위주의적인 국가 말고는 상대국 민간 분야와 직접 접촉하는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당국이 남북경협과 관련해 우리 민간기업과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지난 7월 개성공단 기업, 현대아산 등 대북 경협 기업 관계자를 만나 현 단계에서 경협 재개는 부적절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남북경협에 직접적 걸림돌로 평가되는 대북제재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제재 해소 전, 경협 사업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경협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대북제재 하에선 재개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새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만큼 재개 시 위반 사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 연구원은 미 언론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면제가 없다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대북)제재에 위반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남북이 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인 철도 분야 사업도 연내 진행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달 하순 공동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의가 지연되며 연기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남북고위급회담 종결회의 후 질의응답에서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는 아마 다음 주(당시 10월 4째 주) 일주일 전후로 시작될 것으로 일단은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불발됐다.

앞서 남북은 8월에도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유엔 측 불허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철도·궤도용 기관차, 신호 설비, 차량 등 품목의 대북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경의선 철도 현지공동조사, 동해선 철도 현지공동조사 일정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미국 등 관계국가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 분야 역시 대북제재 하에 협력사업 진행 전망은 어둡다. 다만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상에 설정하기로 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한해 사전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수산 협력 분야 중 공동어로 사업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도 그 안(공동어로구역)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고 북한 어선도 잡아가는 ‘주고받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제재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북제재와 상관없는 사안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협력 사전 조치 작업’이다.

철도 분야에서는 대북제재와 상관없는 남측 구간 공사를 먼저 시작하고 북측 구간은 설계도서를 상호 교환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철도와 도로 연결 공사 착공을 올해 안에 하겠다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 이재희 부장은 “남북을 잇는 철도 공사라 하더라도 남측 구간에서 진행되는 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선언전 의미가 큰 착공식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경협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남북 공동 법제 제도화’를 미리 준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석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지난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실천방안’ 포럼에서 “국무총리 직속으로 남북법제정비위원회를 만들어 남북 사이의 법률실무협의회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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