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김민석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보험사 역사를 기획 기사로 작성키 위해 각종 자료를 보던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많은 보험사가 어려움을 겪고, 타사에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경영난', '지급여력(RBC)비율 악화', '고용안정' 등이 키워드로 동시에 떠오른 것이다.

현재 위 단어가 적용되는 보험사론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이 있다. 양사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이은 자본 확충 실패로 RBC비율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또 구조조정, 노사갈등이 불거지며 고용도 불안정한 모습이다.

흥미로운 건 이 두 보험사의 대주주는 각각 새마을금고중앙회, 산업은행이라는 점이다. 이 두 회사가 어떤 기업인가. 새마을금고는 약 148조원의 자산과 전국 1319개 이르는 금고 수를 지닌 대형 금융회사다. 또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사명을 띠고,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다.

이 튼실한 두 기업이 인수해 경영하고 있는 MG손보와 KDB생명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외부 상황은 차치하고 경영·영업 등 내부 분위기도 어둡게 물들어 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이 두 보험사에 대한 언급이 국정감사에서 없었을 리 없다. MG손보과 KDB생명은 각각 11일·22일 정무위 국감에서 등장했다.

MG손보는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가 2013년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우회인수' 논란이 핵심이다. 당시 대유건설이 그린손보 인수에 관심을 비쳤지만, 자베즈파트너스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는 명백하다. 자베즈파트너스의 대주주는 지분 93.93%를 지닌 공제사업 이외에 보험사를 따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던 새마을금고중앙회였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MG손보에 4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상품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MG손보는 지난해 5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인수 이후 5년 만에 첫 흑자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회장 선거를 거치면서 MG손보에 적극적 지원 보단 '매각'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이에 새마을금고 일부 이사장은 MG손보 경영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배임혐의로 고소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KDB생명은 더 심각하다. 22일 기업은행에서 열렸던 국감에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KDB생명은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할 회사"라고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KDB생명에 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전에 투입된 금액까지 따지면 무려 9000억원이 KDB생명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KDB생명에 대한 산업은행의 매각의사는 분명해 보인다. KDB생명은 2014년부터 3차례나 매각설에 휘말렸다. 올해 9월 이동걸 회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도 "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KDB생명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초 KDB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정재욱 사장은 "KDB생명을 2020년에 상장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성장시키고 매각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회사의 생존은 단지 경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그 회사는 곧 '생계'다. MG손보와 KDB생명에 경영 정상화가 아닌 '매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새마을금고와 산업은행이 '배임' 혐의에 시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임은 사전적의미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의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보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형법 제355조 2항)'다. 여기서 '타인'은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될 것이며, '의무에 위반하는 행위'는 경영정상화가 아닌 매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주주의 모습이 될 수 있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산'선고를 받고 기존 계약을 타사 이전시키는 등 '청산' 절차를 밟았던 리젠트화재가 있었다. 리젠트화재는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선고를 받기도 했던 소위 '갈 데 까지 간' 보험사였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23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 투입했지만, 결국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청산이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 결정 때문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덩치가 있는 보험사 청산 작업은 하루 이틀 내에 마무리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회사와 연관된 다른 부분도 아직까지 잔상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와 산업은행은 리젠트화재의 사례를 한 번쯤 참고해봤으면 한다.

보험사는 소위 '캐시카우(Cash Cow)'로 불린다. 혹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고 사는 것이 '집'이고 두 번째가 '보험'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보험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규모가 큰 상품이다. 종신보험이나 장기보험처럼 기간이 긴 상품은 1인 당 몇 천 만원에 이르는 보험료를 지불해야 가입할 수 있다. 이런 가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가 거둬들일 수 있는 현금은 불어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캐시카우로 MG손보를 인수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KDB생명과 MG손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책임경영에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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