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손해보험업계 내에서 규모와 비중이 커 빅4로 통칭된다. <사진=삼성화재, 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손해보험은 '사고(事故)'로 일어난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상품이다. 생명보험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피해에 '값'을 매긴단 점이다.

생명보험은 사람의 '삶'을 보장한다. 즉, 보험계약자가 '사망'에 이르러야 금전적인 배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해보험은 죽음 이전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보장하는 성격이다. 화재, 질병, 교통사고, 재난 등 그 범주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넓다.

그런 만큼 손해보험의 회전율은 빠른 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해보험금은 어디선가 지불되고 있다. 빠른 회전율만큼 손해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빠른 회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생겼는가 하면 사라지고, 사라졌는가 하면 이름이 바뀐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엔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인천, 부산, 원산 등 항구가 개방되면서 유입된 해외 손보사가 손해보험의 개념이 도입됐지만, 1962년 구색을 갖추며 성장을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손해보험의 역사 속에서 현재 업계를 좌우하는 대형 손보 4개사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1952년 서울시 중구 무교동 88번지 설립 당시 안보화재(왼쪽)와 현재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화재 본사 전경 <사진제공=삼성화재>

◇ 두 갈래의 뿌리가 하나로 된 삼성화재

삼성화재의 첫 역사는 복잡하다. 우선 1952년 1월 부산에서 설립된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이 있다. 설립자 구진현 씨는 원래 1950년 보험 사업에 꿈을 품고 '대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로 '안전보장'을 줄인 '안보화재'를 설립하기로 하고 당시 20억원의 자본금으로 첫 삽을 떴다. 안보화재는 1955년 대한잠사회에 모든 주식을 매각했다. 두 번째는 이규재 씨가 1956년 6월 출범시킨 '안국화재해상보험'이 있다.

삼성그룹은 1958년 2월 이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하는데, 1962년 전까지 두 보험사는 합병되지 않고 공존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된 것은 1961년 손영기 사장이 취임하고서 합병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나서다. 두 회사는 1962년 12월 '한국안보해상'으로 합병됐다.

해를 바꾼 1963년 2월 사명은 다시 '안국화재'로 변경된다. 이때부터 비로소 현재 안국화재가 삼성화재의 전신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7월 안국화재는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70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강남 시대를 열기 직전까지 사용하던 을지로 사옥으로 이전한 건 8년 뒤인 1971년 2월이다.

안국화재는 1975년 증권거래소에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하며 전성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1978년 영국 런던에 주재사무소를 연 안국화재는 1979년엔 위험관리연구소를 설립하고, 사보 '안국'을 창간했다. 이어 1981년 보험금 지급업무 전산화를 실시하고, 1983년엔 자동차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자동차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받기 시작한 것도 1986년 안국화재가 처음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1989년 심야보상서비스센터를 개설하고, 1990년 미국 뉴욕에 지점을 열고, 1991년 손해보험전문대학을 설립한 안국화재는 1993년 또 다른 변화를 겪는다. 1993년 12월 사명이 삼성화재로 전격 교체되며 진정한 '삼성화재'의 시대가 막을 올린다.

삼성화재는 1994년 일본 도쿄, 1995년 중국 베이징·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열고 1996년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또 2000년엔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했고, 다음 해인 2001년엔 상하이에 첫 지점을 개설했다. 삼성화재의 중국 진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삼성화재는 2005년 중국에 단독법인을 설립하고, 2009년 중국법인 칭다오 지점 설립, 2010년엔 중국 화태보험사와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손보업계 1위에 올라있는 삼성화재는 스탠더드&푸어스(S&P) 신용등급 6년 연속 A+,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자동차보험 부문 13년 연속 1위, 장기보험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또 2014년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DJSI World)'에도 편입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인정받았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을 비롯한 7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손해보험상품과 제3보험상품, 개인·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1973년 광주에서 개최된 동방해상화재보험 제6차 전국 점·단장회의(왼쪽)과 현재 서울 광화문 소재 현대해상 전경(오른쪽) <사진제공=현대해상>

◇ 국내 최고령 '해상보험사' 현대해상

현대해상은 해상보험회사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다. 모체인 '동방해상보험주식회사'가 1955년 3월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보장하는 해상보험만을 취급하던 동방해상이 화재를 비롯한 상품을 취급하게 된 건 1962년 12월 ‘한국손재해보험공사’를 합병하면서다.

합병 이후 1963년 7월 화재보험 인가를 획득하며 사명이 '동방해상화재보험'으로 변경됐다. 동방해상은 1969년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의 특종보험을 개발했으며, 자본금을 2억5700만원까지 증자한다. 1977년 일본에 지사와 도쿄 지점을 설립했고, 1977년엔 오사카에도 지점을 연 동방해상은 1979년엔 런던에도 진출한다.

1980년 동방해상은 '화재'를 앞세워 사명을 '동방화재'로 변경한다. 1983년엔 자동차보험에 진출했고, 1984년 현재 위치로 본사를 이전하며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

동방화재가 현대그룹으로 매각된 것은 1985년이다. 이전까지는 라이프그룹이 동방화재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대그룹은 동방화재를 인수한 1985년 10월 상호를 '현대해상화재보험주식회사'로 변경한다. 현대해상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며 독립법인으로 자리한다.

현대해상은 미국 진출에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보험영업 인가를 획득하고, 1994년 미국에 지점을 개설했다. 1996년엔 미국 오리건주에서 보험영업 인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또 모태를 현대그룹에 두고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에 중점을 둔 사업을 영위하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1997년 국제표준화기구(ISO) 9002를 자동차 보상 부문에서 획득했다. 2002년엔 자동차보험 부문을 따로 떼어내 '하이카'를 출시했다. 하이카는  2008년 대한민국 서비스만족대상을 5년 연속 수상했고, 고객만족도(KCSI) 장기보험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현대해상은 모체인 해상보험은 물론 화재보험, 특종보험, 장기손해보험, 개인·퇴직연금 보험을 취급하며 업계 2위 자리에 올라있다.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 경영권인수 회장취임식(왼쪽)과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DB손보(오른쪽) <사진제공=DB손해보험>

◇ '자동차보험공영사'에서 '종합손보사로' 탈바꿈한 DB손해보험

'동부화재'가 더 익숙할 DB손보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파 광고 횟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부에서 DB로 사명을 변경하며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부의 이름을 단 것도 1983년이었다. 과연 그 전에는 어떤 회사였을까.

DB손보의 전신은 1962년 3월에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자보는 11개 보험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공영회사였다. 오로지 '자동차보험'만 전문으로 취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였고, 실제로 '자동차보험'만 취급했다. 1968년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당시 보험업계에서 한국자보가 차지했던 위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자동차보험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특수한 사업 영역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회사가 담당하기엔 너무 높은 손해율과 다른 보험사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1983년 자동차보험제도가 개편됐다.

이 제도개편으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손보사가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동차보험이 보편화되자 더 이상 공영사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한국자보는 동부그룹에 매각되며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동부그룹이 인수한 한국자보는1984년 일반 손해보험 전 종목을 취급하게 정관을 개정하며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일반손해보험은 물론 해상, 항공, 건설공사 등 기업보험 사업면허까지 취득한 한국자보는 10월 미국 괌 지점을 개설하며 해외영업에도 뛰어든다. 같은 해 12월 장기운전, 복지보험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이며 한국자보는 명맥을 유지해나갔다.

1995년 동부그룹은 한국자보에 '동부'라는 브랜드를 탑재한다. 공식명칭이 '동부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변경된 것. 이후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은 물론 장기보험을 비중을 확대하며 업계 3위까지 올라서게 된다. 동부화재는 2006년 중국 주재사무소 개설, 2009년 로스앤젤레스 지점 개설, 2011년 중국 칭다오 보험중개 합자법인 설립 등 해외영업도 활발히 이어나갔다.

하지만 2017년 동부화재는 또 사명 변경을 겪게 된다. '동부'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던 동부건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브랜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당시 사명을 사용하기 위해서 매년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만 수십억원에 달했다. 이에 동부화재는 Dream Big의 약자인 DB를 앞에 붙이고, '손해보험'을 뒤에 달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유지됐던 럭키화재해상보험(왼쪽)과 현재 서울 강남구 소재 KB손해보험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제공=KB손해보험>

◇ KB손해보험이 LG화재?… 범한→LG→LIG→KB 거친 명칭 변경의 역사

KB손해보험은 변화폭이 넓다. 1959년 1월 설립된 범한해상보험으로 시작한 KB손보는 1962년 6월 '범한해상화재보험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다. 같은 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항공보험’을 개발해 판매한 범한해상은 대한항공과 계약을 체결하며 전성기의 첫 장을 펼쳤다.

1970년 4월 럭키금성그룹이 범한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뀐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것은 1976년이다. 이 때까지 범한해상은 ‘해상’을 앞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1982년 7월 10일 범한해상은 '범한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해상 대신 '화재'를 앞세운 것이다.

범한화재는 1983년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들었고, 1986년 고객프라자를 개설하며 심야보상 서비스를 추가했다. 범한화재는 1988년 ‘럭키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럭키화재는 1988년 도쿄, 1995년 중국과 베트남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하며 활발히 활동하다가 1995년 브랜드가치 제고를 위해 'LG화재'로 이름을 변경한다.

LG화재는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인간존중을 경영이념으로 채택한 LG화재는 내부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을 가동해 직원의 직장생활과 자아실현을 연결했고, 개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직무, 어학에 관련된 교육과정을 운용했다. LG화재는 금융시장 개방화에 따른 경영합리화 추구를 위해 임직원을 전문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LG화재는 갑작스러운 암초를 만났다. 구자경 LG그룹 회장은 1995년 1월 럭키금성 그룹의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꾼 뒤,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3세 경영시대'가 본격 시작되면서 LG가(家) 형제는 계열 분리를 시작했고, 계열사가 하나 둘 LG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장자승계 원칙을 세웠던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다.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4남) 구평회 E1 명예회장(5남),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6남) 등은 LS그룹으로 분가했다. 결국 LG화재는 2006년 4월 LIG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변경한다. 이 과정에서 LIG손보는 업계에 또 다른 변화를 알렸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손해보험'을 사명에 쓴 것이다.

하지만 LIG손보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2013년 LIG오너 일가가 LIG건설 기업어음에 투자를 진행했다가 손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3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LIG손보는 회사를 매각해서라도 개인투자자 피해 분을 전량 회복해주겠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매각 의사를 밝혔다. 이 때 롯데그룹과 KB금융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2014년 12월 KB금융에 매각된다.

LIG손보가 지금의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은 2015년 6월의 일이다. 이후 KB손보는 △수익성 위주의 내실성장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제공 △가치경영 기반 구축을 3대 중장기 전략방향으로 정하고 전략과제를 추진 중이다. 현재 KB손보는 업계 4위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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