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이쿼녹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산차 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의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른바 '무늬만 국산차'는 전량 수입되는 탓에 국산 제조 차량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소비자 선호 사양을 넣다보면 판매가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24일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OEM 수입차는 8개 차종이다. 한국지엠주식회사는 △준대형 세단 '임팔라' △스포츠 세단 '카마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 △주행거리연장전기차 '볼트' △순수전기차 '볼트EV'를 5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소형 SUV 'QM3' △소형 해치백 '클리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3개 차종이 있다.

OEM 수입차는 국내 브랜드로 판매되지만, 생산은 모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다. 수입차 이미지에 국산차와 동일한 판매·마케팅·사후관리(AS)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가졌다.

2010년 1000여대에 불과하던 OEM 수입차의 내수 판매량은 2015년 들어 3만여대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시기에 출시된 한국지엠 임팔라와 르노삼성의 QM3가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이뤄내면서 OEM 수입차는 '흥행불패'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OEM 수입차 전략이 잘 먹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6월 이쿼녹스를 투입시켰지만, 월평균 판매량은 225대에 불과하다. 당초 제시한 월판매 목표 1000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동급 경쟁 차종인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월평균 8932대, 5832대씩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르노삼성이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클리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월평균 판매량은 414대 수준으로, 매달 1000대씩 팔겠다는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를 제외한 기존 판매 차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임팔라의 1~8월 누적 판매량은 1054대다. 2015년 9월부터 수입·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는 월간 판매량 1500여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줄었고,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출시 후 처음으로 두 자리수에 그쳤다. 

QM3는 소형 SUV 전성시대에도 불구,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500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 등 소형 SUV 후발주자의 잇따른 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했고, 월판매 100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OEM 수입차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는 가격정책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이쿼녹스는 중형과 준중형 사이에 위치한 세그먼트에도 불구, 동급 국산 중형 SUV와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되면서 소비자 저항감을 키웠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가 전량 수입되는 만큼, 쉽사리 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클리오는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되는 인텐스 트림에 동일한 선택사양과 비교할 때 약 1000만원 가량 낮게 책정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산 경쟁 차종인 현대차 엑센트, i30 등보다 가격대가 높아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트리급 트림이 국산차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더라고,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이 탑재되지 않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편의사양이 기본 탑재된 상위 트림은 경쟁 차종보다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다.

OEM 수입차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부진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진다. 한국지엠은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 트럭 콜로라도의 수입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당장 10월부터 르노 상용차 '마스터'를 투입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OEM 수입차의 매력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며서 "적절한 가격책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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