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수주전에서 석패를 안긴 싱가포르 경쟁사 셈코프마린과 2조2000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두고 맞붙었다.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공세로 국내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잃어버린 자존심 대결을 넘어 생존 가능성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일 메이저 셰브론이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 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대우조선과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막바지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한국은 그동안 해양 플랜트 부문의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셈코프마린은 국내조선사에 두 차례 패배를 안긴 바 있는 신흥 강자다.

지난해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Johan Castberg) 해양 플랜트와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멕시코만 '비토(vito) 프로젝트'에서 국내 조선사를 연이어 제쳤다.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영국 북해 셔틀랜트군도에서 175㎞ 떨어진 해상 유전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셈코프마린이 이번에도 저가공세를 벌일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규모는 시장가로 약 15~20억달러(한화로 2조2000억원) 가량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와 중국·싱가포르 간의 해양플랜트 부분에서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저유가 시대 도래로 오일메이저들이 저가 입찰을 선호하게 되면서 각사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행상 입찰 가격은 인도 이후에도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다"면서도 "기술적인 자신감은 있지만 발주처와 긴밀한 의사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뿐만 아니라 조선업에 있어서도 중국·동남아 기업의 저가 공세는 한국 조선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컨테이너선사 'CMA CGM'이 발주한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수주전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 후둥중화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2곳에 뼈아픈 패배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CMA CGM'이 선박에 벙커C유와 LNG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듀얼 엔진을 장착할 것인지, 친환경 LNG연료 추진 선박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LNG레디 선박으로 발주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CMA CGM'은 가격부터 정하고 엔진 형태는 추후에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경쟁국 조선사가 시가를 밑도는 입찰가를 제시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전에서라도 밀리지 않아 국가간 경쟁서 실리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말레이시아·네팔·인도 등 주변 국가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노동자를 고용해 국가적 목표로 해양 플랜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경쟁사보다 고임금 구조인 대우조선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대우조선과 셈코프마린의 이번 수주전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일감 제로'로 표현될 정도의 극심한 수주가뭄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에 성공해 일감은 남아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년간 수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설비 인도 이후 도크가 바닥나 27일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현재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드릴쉽 6척, 원유생산설비 1대 가량의 수주 잔량이 남아 있다"며 "이번 수주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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