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의 여파로 도시와 지방간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가운데 중소건설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다주택자를 규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중소건설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서울·수도권과 6대 광역시 등 인기지역을 제외한 비인기지역에서 미분양이 이어지며 중소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 산정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100%가까이 인상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으로 이와 동시에 서울 25개구 가운데 강남 4구를 비롯한 11개구에 적용된 투기지역 지정을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으로 넓힐 예정이다.

지난 4월 시작된 양도세 중과 조치와 지난해 8.2대책에서 나온 총부채상한(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다주택자 규제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1인 3가구 주택 소유자를 투기 세력으로 간주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건강보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통해 이들의 임대사업자 전환을 유도하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정책의 효과로 지난 4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개인 임대사업자가 9313명 신규 등록하는 등 올해 상반기까지 신규 등록자가 7만4000여명으로 세배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수치 상의 효과일 뿐, 도시 지방간 수급 불균형을 발생시켜 중소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70위권인 중견건설사 흥한건설은 다주택 규제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흥한건설은 경남 사천 지식산업센터 ???미분양과 유동성 악화로 이달 중순 최종 부도처리 됐다. 대출 규제 여파로 일부 계약자의 중도금 납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률이 70%를 넘으면서 수요가 공급보다 우세한 상황이지만, 분양이 끝난 아파트 계약자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잔금을 치르기 쉽지 않다. 결국 미지급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에겐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동부건설산업, 호반건설, 동양건설 등 국내 주택사업에만 특화해온 건설사들로서는 미분양은 곧 회사의 재정악화로 직결되는 것이어서 올해 하반기 미분양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건설에만 특화한 건설사들에 있어 미분양은 회사의 문을 닫으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며 "정부의 정책이 똘똘한 한채 현상을 낳으면서 지방 건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즉 다주택 규제가 풀어져 투자가 전국적으로 이어져야 지방 건설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주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한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임대의무 기간 8년인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을 선택한 것도 수급 불균형을 낳은 한 요인이다.

지난달까지 등록된 누적 임대주택 수는 117만6000가구로 지난해보다 10배 가량이 많다.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최소 4년에서 8년이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기존 분양 일정을 취소하거나 상반기 사업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현상도 만연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31개 회원사의 1~4월 지방 아파트 분양 예정 가구 수는 20개 단지 1만8968가구였지만 실제로는 9개 단지 1만79가구만이 분양됐다.

분양주택을 임대로 전환해 공급하는 등 분양기피 현상도 보인다. 동아건설은 충북 청주시 오송지구, 대성건설은 청주시 동남지구 등에서 분양 공급하려던 아파트를 임대로 전환했다. 부영주택 역시 "올해는 임대사업에만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분양 이후 추가로 분양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은 수익이 아닌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15)이 도입도 중소 건설사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분양계약을 체결한지 3개월 이후 공정진행률이 10%를 넘어섰다면, 완공 시점에 맞춰 수익을 일시에 인식하는 '인도기준’으로 바뀔 경우, 공사기간 매출이 없는 것으로 잡히는 대신 계약금과 중도금은 부채로 인정돼 부채비율이 치솟게 된다.

D건설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어떤 투자 의사결정도 할 수가 없다"며 "대형건설사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대체 상품 개발 및 틈새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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