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을 제외한 전북·대구·경남·부산·제주은행 등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은 아직 구체적인 하반기 채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가운데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은 아직 첫 발도 못 떼고 있다. 모범규준이 마련됐지만 지역할당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들도 있어, 각 은행이 아직 채용방안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오자, 4대 시중은행은 하반기 채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말~9월초쯤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자 상당수에게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주는 ‘열린 채용’으로 600여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논술시험을 없애고 면접에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공채부터 9년 만에 필기시험 전형을 부활키로 했다. 면접은 내부 실무진 면접과 외부 전문기관 면접을 병행해 블라인드 방식으로 4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부활시킨 필기시험을 하반기에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필기시험 등 모든 채용 과정은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사소한 채용 청탁이라도 적발되면 바로 퇴사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상 채용인원은 510명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서류·필기·면접 등 채용 과정 전부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거나 외부 전문가 면접을 반드시 포함하는 등 채용 절차를 바꿔 500명을 채용키로 했다.

지방은행들 상황은 다르다. 하반기가 이미 시작됐지만 채용 계획을 뒤늦게 발표한 광주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방은행들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 중이다.

광주은행은 9월 3일 원서접수를 시작해, 10월 말까지 신입행원 70여명을 채용한다고 22일 뒤늦게 밝혔다. 기존 대학추천제 모집 방식을 없애고 인터넷 공채로 변경해 필기시험을 도입할 방침이다. 또한 전체 채용인원 가운데 70% 이상을 광주·전남 지역인재로 채울 계획이다.

광주은행과 함께 JB금융그룹에 속해 있는 전북은행은 채용 인원(50여명) 외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JB금융 관계자는 “전북은행은 채용 인원만 대략적으로 정했을 뿐 방식이나 절차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지방은행이기 때문에 그 취지를 살려 지역할당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범규준을 그대로 따르자면 지역할당제를 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지방은행들, 은행연합회와 함께 논의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지원자의 성별·연령·출신학교·출신지·신체조건(장애여부 포함)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정해 놨다. 은행은 이 기본원칙 안에서 인재상, 조직 문화 등을 고려해 채용 방법을 정할 수 있다. ‘원칙’대로라면 지역 우대 항목은 모범규준에 어긋나는 셈이 된다.

경남·부산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함께 움직일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단, 지역할당제를 적용하거나 지역 대학출신을 우대해서 뽑진 않을 예정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지역 대학출신이라고 해서 가중치를 주는 일은 없었다”며 “각 지방은행, 은행연합회 등이랑 협의 중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해오던 대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도 세부 계획은 나온 바 없다. 단, 지난해 대비 하반기 채용 인원을 늘리되, 특정 지역을 우대하진 않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지역 우대사항은 없었다”며 “대구에 경북대 등 좋은 학교들이 많고, 대구에서는 우리 은행이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이 몰려 그만큼 많이 뽑힐 뿐 특정 지역을 우대해주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채용 인원, 필기시험 여부 등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과 비슷하게 10월쯤 채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출신 우대 사항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곳은 광주·전북은행뿐이지만 업계에서는 모범규준이 정해놓은 출신학교·출신지 차별금지 조항에 대해 “지역 현실이 반영 안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실질적으로 지역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은행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공헌을 해야 한다”며 “지역인재에 대한 고용 창출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시험 성적순으로 채용을 하면 당연히 공부 잘하는 서울 명문대 지원자가 채용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연고도 없는 지역에 와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권에 채용비리 문제가 컸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모범규준을 만든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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