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지난달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박용만(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는 21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그간 박 회장은 ‘소통 리더십’을 무기로 재계와 정치권을 아우르는 적극 행보를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상의는 명실공히 재계 대표 맏형으로 떠올랐지만 정체성 확립, 네트워크 확보 등 향후 과제도 남아있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 21일 전임 손경식 회장 후임으로 대한상의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5년 3월 25일 만장일치로 제22대 회장에 선출됐고 지난 3월 23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박 회장 체제 이후 대한상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재계 대표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한층 힘이 실렸다. 박 회장은 정부, 국회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문 대통령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정·재계를 아우르는 대표 소통창구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재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도 참석했다.

박 회장의 폭넓은 정·관계 인맥도 대한상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주요 인사의 대한상의 강연을 직접 주선하는가 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서울상의 회장단에 합류하는 의미 있는 결과도 낳았다.

최근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규제 개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취임 후 정부에 제출한 규제개혁 과제 중 상당수가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다. 규제개혁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 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없었던 데 대해 정말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지지부진한 정부의 규제 개혁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초기부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13년 박 회장은 취임식에서 "상공인의 경제적 지위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를 넘어 국익을 위한 공신력을 갖춘 단체가 돼야 한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박 회장의 철학은 대한상의 위상 강화와 동시에 ‘전경련 완전 대체’에 대한 의문부호도 남겼다.

먼저 대한상의가 정부와의 소통, 국익 등을 강조하다 보니 과거 전경련이 주도했던 재계 입장 대변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한상의는 재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직후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계 목소리 대변에 나선 반면 맏형 대한상의는 잠잠했다.

전경련의 탄탄한 국제 네트워크도 어떻게 대체할지 고민이다. 전경련은 경제 5단체 가운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가장 뛰어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 관련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하다. 20일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 통상 문제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찾은 곳도 대한상의가 아닌 전경련이었다. 미국 신임 대사가 ‘최순실 파동’에 해체론까지 거론됐던 전경련을 방문한 모습에서 경제 단체로서 전경련이 갖는 공고한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단체 또 다른 한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상의가 넘어야 할 산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한미재계회의 등 미국과 경제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 신임 대사 분들은 취임 직후 인사차 전경련을 관례적으로 방문해왔다”고 설명했다.

전경련과 조직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사 중 대기업 비중이 60%가 넘는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 대기업 비중은 2% 내외로 미미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기업 의견수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두산 출신으로서 가진 역량과 광범위한 인맥이 대한상의 위상 강화에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소상공인부터 정부까지 너무 광범위한 부분을 아우르려다 보니 정작 재계 입장 대변은 전경련에 비해 약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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