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품이 배터리업계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업체를 위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경북 경산변전소 ESS.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태양광패널에 이어 이제는 배터리까지 중국산 제품이 잠식하고 있다. 이에 국산 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 제품이 배터리업계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업체를 위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1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은 리튬이온배터리에만 부여했던 설비인증을 리튬인산철배터리까지 확대했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안전성과 수명이 뛰어나고 저렴해 ESS와 전기버스 등에 이용된다.

국내에서 반드시 설비인증을 받아야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적용받을 수 있다. REC는 국내 신재생 시장에서 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사실상 중국 리튬인산철배터리업계가 국내에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미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리튬인산철에 특화된 중국 ESS 대기업 CATL와 BYD가 시장을 점유한 상황이다. 실제로 CATL은 최근 세계 1위 자리를 꿰찼고 삼성 SDI와 LG 화학은 순위권 3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국내 ESS업계도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들여오기 위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구매를 추진 중으로 이르면 9월 중 배터리를 들여올 계획이다.

리튬인산철배터리가 국내 유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중국 배터리기업 리센은 국내 전자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일찍이 국내 배터리시장을 잠식했다.

리센은 한국 배터리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중대형 분야 리튬인산철 이차전지 셀 단체 표준인증을 획득했다. 자체 개발 전력변환장치(PCS)와 중국 배터리를 묶은 ESS 완제품을 만들어 한국전력 주파수조정(FR) 등 국내외 중대형 ESS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ESS 제조업체는 “이미 업계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배터리보다 종류가 다양할뿐더러 가격 경쟁력에서 워낙 앞서다 보니 중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엔 중국이 리튬이온배터리에도 집중 투자하고 생산을 시작하면서 중국산 리튬이온배터리의 국내 시장 진출도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양대산맥인 삼성SDI와 LG화학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산 ESS 유입을 놓고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입장이 갈리면서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은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면 국내 제품 경쟁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일정 용량 이하의 중소 ESS 시장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ESS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를 중국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한국도 무분별한 중국산 ESS 유입을 방지해 국내 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를 대변하는 전기조합은 전력변환장치(PCS) 기준 1000킬로볼트암페어(kVA) 이하 ESS에 대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신규 지정을 신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될 국내 ESS 중소기업간 경쟁 품목별 재지정과 신규지정을 놓고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ESS 시장에 유입되는 중국산에 국산 제품이 가격, 기술력, 제품으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LS산전, 삼성전자, 효성중공업 등 주요 대형업체와 전기공사협회는 ESS 중소기업간 경쟁 품목별 재지정과 신규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 유입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일정 용량 미만 ESS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외려 신산업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옥신각신하는 이유는 중국산 대비 차원이라기보다는 서로 간 맞물린 이해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업계 차원이 아닌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매기는 등 국내 기업을 위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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