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건너온 재규어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럭셔리함을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다. 그래서일까. 재규어의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페이스'는 겉모습에서부터 소형차급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급스러움을 갖추고 있다. 특유의 '고매한 품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도로 위를 달릴 때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변한다. 재규어의 스포츠카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덕분에 심장을 두근거리게하는 마초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고급 테일러숍에서 맞춘 '명품 정장'을 입고 점잖게 앉아있지만, 옷 안에는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4월 출시된 E-페이스는 F-페이스에 이은 재규어의 2번째 SUV 모델이다.

재규어는 E-페이스를 '퍼포먼스 콤팩트 SUV'라고 소개한다. 콤팩트한 사이즈라지만, 그래도 SUV다. 덩치가 크고 무게도 1.8톤이 넘어 묵직하다. 날렵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7초에 불과하다. 웬만한 세단보다도 날센 움직임이다.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받은 외관 디자인은 아름답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라인과 비율, 재규어의 시그니처 'J' 블레이드 주간 주행등과 독창적이고 대담한 '허니콤 메시 그릴' 등은 우아함을 고조시킨다. 그릴 중앙부에는 붉은색 배경에 박힌 재규어의 얼굴이 박혀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E-페이스는 유려한 선처리가 인상적이다. 프론트 그릴에서부터 리어 스포일러로 이어지는 쿠페형 루프라인은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비율을 자랑한다. 움푹 들어간 캐릭터 라인은 후면부로 갈수록 위로 치켜올라가 속도감이 느껴진다. 

후면부 중앙에는 뛰쳐나갈 듯한 은색의 재규어가 자리잡고 있다.  가로로 쭉 찢어진 리어 램프와 곡선형의 트렁크리드 등 디자인 디테일은 독특함을 강조한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395㎜, 1984㎜, 1638㎜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축거(휠베이스)는 2681㎜다. 차체 길이나 휠베이스는 동급 SUV와 비슷하지만, 폭은 중형 SUV를 뛰어넘는다. 이 때문인지 좌우가 압축된 인상을 준다.

실내 인테리어는 충분히 고급스럽다. 일반적으로 소형차는 '원가절감'을 위해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지 않지만, E-페이스에는 곳곳에 재규어의 세심함이 베겨있다.

콤팩트하지 않은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조작 버튼을 누르는 촉감마저 고급스럽다. '딸깍'하고 마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니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눌린다. 뒷면에는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F-타입과 동일한 그랩 핸들과 중앙 콘솔은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린다. 운전자가 기어 시프트와 모든 컨트롤을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주행 모드는 기어 시프트 왼쪽에 위치한 버튼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정중앙에 매립된 10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큼지막하다. 시인성과 조작성이 만족스럽다.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넉넉한 레그룸을 제공해 2열에도 부담없는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는 484L로, 2열 폴딩 시 최대 1141L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시승 코스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왕복 300km 구간으로, 도심구간과 고속도로를 골고루 주행했다.

운전석에 오르기 위해 문을 열다가 당황했다. 상당히 무게운 문의 무게 때문이다. 아령을 들어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락한 시트 촉감은 SUV보단, 세단에 가깝다. 엉덩이와 허리를 충분히 감싸줘 장거리 주행에도 뻐근함이 없을 듯 하다. 좌우로 몸을 돌려도 충분한 공간성이 확보됐다. 비좁다는 인상은 없다.

E-페이스에는 2.0L 터보차저 4기통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힘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가 낮은 rpm 구간부터 실현되도록 설계돼 높은 응답성과 가속 성능을 낸다.

좌우로 폭이 넓은 탓에 도심 구간에서는 운전이 조심스럽다. 빽빽한 차량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꿀렁꿀렁'하는 변속 충격이 발생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고속구간에서는 E-페이스의 진가가 발휘된다. 무거운 차체 때문인지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 박자 느리게 반응한다. 하지만 한 번 탄력을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내달린다.

주행 모드는 윈터(빙판·눈길),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4가지로 구성됐다.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계기판이 초록색으로 변한다. 컴포트는 파랑색, 다이내믹은 빨강색으로 바뀌어 주행에 맞는 감성을 느낄수 있도록 해준다.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니 엔진 소리가 달라졌다. 가상이 아닌 실제 엔진음이다. 날카롭기보단, 묵직하고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다.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묵직해졌고,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달릴수록 커지는 엔진 사운드는 여느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단한 하체 덕분에 급코너 구간도 부드럽고 안정감있게 탈출했다. 밀리거나 쏠리는 현상은 없었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날렵하고 똑똑하게 빠져나갔다.

제동력은 예민하리만큼 정확했다. 운전자의 예상보다 더욱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인상적이었다.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은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앞차와 너무 가까워지면 경고음을 내면서 '전방 경고' 문구가 계기판 화면에 뜬다. 이와 함께 자동 주차 보조와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기술도 적용됐다.

후면 주차시 조수석 사이드미러가 바닥을 비추도록 자동으로 조절되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14.5km/L가 나왔다. 공인 연비 9.0km/L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E-페이스 모든 트림에는 LED 헤드램프와 키리스 엔트리, 파워 테일게이트, 고정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앞 좌석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및 인테리어 무드 라이트 등의 다양한 옵션들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또 SOS 긴급 출동 기능과 재규어 어시스턴스 서비스 기능을 포함한 인컨트롤 프로텍트, 브랜드 전용 티맵(T map)과 지니뮤직 어플리케이션 등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이 모든 모델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

판매 가격은 P250 S 5530만원, P250 SE 6070만원, P250 R-다이내믹 SE 6470만원, P250 퍼스트 에디션 69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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