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주택수급 실패로 인한 '악성 미분양'이 지방을 강타하면서, 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들은 공공주택 공급 연기를 요청하는 한편 미분양분을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해달라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 대부분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추가되면, 걷잡을 수 없는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국에서 민간 분양된 아파트단지 가운데 2순위 청약까지 미달된 곳은 총 81곳으로 이 가운데 48곳이 지방과 비광역도시에 공급된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8~12월 5대 광역시에 쏟아질 분양 물량은 4만1400여호에 육박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된 3만2800여호에 비해 약 26% 많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광역시에 2만320호로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며 대구광역시 8647호, 광주광역시 5221호, 대전광역시 4658호, 울산광역시 2591호 순이다.

다만 이들 5개 광역시에 쏟아지는 물량은 대체적으로 인기가 좋아 1만 2065호 모집에 31만2925명이 몰려 평균 25.94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금융결제원 조사에 의하면 미달률이 높은 1~10위 단지 가운데 8곳이 인구 10만명의 군단위 지역으로 충북 옥천·음성군. 전남 영안군, 충남 서천군, 전북 순창군, 전남 해남군, 경기 연천군 지역에서 100%에 가까운 미달를 기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의 경우에는 대형사인 GS건설이 건설한 '흥덕파크자이'도 98.67%의 미달을 보였다. 거주 인구가 83만여명 가량인 충북 청주시의 올해 입주예정물량은 1만3484호로, 이미 지난 3년간 입주한 1만789호를 넘어선 상태여서 '불꺼진 아파트'로의 전락이 우려된다.

전국의 상반기 준공 물량은 30만여호다. 하지만 8~12월에도 지방 5대 광역시중심으로 4만1400호의 추가 공급을 앞두고 있어, 이들 지역이 실수요자를 흡수하게되면 나머지 지방에서는 분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주택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실수요자들조차 비인기 부동산을 처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보면 서울이 90.7로 기준선인 100에 근접했지만 지방은 67.5에 그쳤다. 건설사들의 하반기 분양 전망도 서울 103.7, 지방 70.8로 큰 격차를 보였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 '미분양 대란'을 우려하며 정부에 정책 조절을 요구하며 나섰다. 5개도 가운데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지역은 올해 상반기 24%의 미분양을 기록한 경상남도다.

경상남도청은 도내 미분양 주택 비율 증가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현재 추진 중인 공공주택 사업의 조정·연기를 요청했다.

경남도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1만4896호로 이 가운데 1776호가 준공 후 미분양에 해당하며, 하반기에 4400호의 추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미달률 100%에 가까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충청북도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 충북도청은 한국토지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간담회를 열고 미분양 주택을 공공이 구입해 임대 아파트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국토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하반기 공급 폭탄이 예고된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조정지역 해체 요청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진구는 최근 청약조정지역 해체를 국토부에 정식 요청했으며, 기장군도 조정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직전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이 1.0% 이상 하락이 청약 위축지역 지정을 위한 전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도 차원에서의 입장 표명은 없지만 지난 5년 누적 준공물량이 각각 13만3000호와 충남 12만8000호를 넘어선 경북과 충남도 위험 지역이다. 경북의 지난 6월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8000여호로 2009년말 이후 10년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충남 역시 9494호로 1만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요가 풍부한 대도시 지역과 수도권은 수급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외곽 지역의 경우 급격히 늘어난 공급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요부족으로 미분양 등의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