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장재수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 전무(왼쪽부터)와 국양 삼성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이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복음 기자>

[이뉴스투데이 오복음 기자] 삼성전자가 국가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추진한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전문가들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미래기술육성사업 진행 상황과 미래, 등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에 따르면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의 연구과제에 모두 53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천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고, 앞으로 2022년까지 약 9천600억원을 더 투입해 이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KIST, 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해 총 7300여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연구성과 추구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사업 5년간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사업에 선정된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항암 표적치료 연구는 성공할 경우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가 표적치료제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것은 물론 암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부작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교수의 연구과제는 창업 멘토링, 투자 소개 등의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윤 교수는 2016년 벤처기업인 '프로티나'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해외특허 10건을 등록하고 100억원 이상 투자(정부지원 연구비 포함)를 유치하는 등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로봇 연구에 관심을 갖고 매진해 현재까지 학계에서 시도된 바 없는 선형 운동을 하는 전기장 구동 고분자 액추에이터(원동기)를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의 연구가 실현되면 웨어러블 로봇이나 장애인을 위한 인공 근육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올해 후속지원 과제로 선정됐으며, 박 교수는 앞으로 4년 더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전문성 중시, 실패 용인,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 문화 변화 주도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시행 5년 동안 지켜온 원칙을 통해 국내 연구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자평했다.

우선 과제를 선정할 때 심사의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아이디어 위주로 2장짜리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고, 공정성을 위해 연구자 이름과 소속을 숨긴 채 과제의 혁신성과 도전성을 중심으로 심사위원들이 1박 2일간 합숙하며 집단 토론을 통해 서면심사를 진행한다.

서면심사를 통과한 과제는 영문 20장으로 구성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심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1시간 동안 질의 응답을 통해 연구과제의 혁신성,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해외심사는 노벨상 수상자가 포함된 해외 심사위원단이 글로벌 경쟁력을 심사한다. 국내 및 해외 심사를 모두 통과한 과제가 최종적으로 선정된다.

심사위원은 국내 약 1600명, 해외 400명 규모의 심사위원 풀을 운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매회 30% 이상은 신규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유연한 과제 운영으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연구자는 연구 주제,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연구 목표에는 논문,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넣지 않는다. 연구비는 연구 상황에 따라 조기집행과 이월이 가능하며, 초기에 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에 맞춰 지원한다.

매년 연구보고서 2장 이외에 연차평가, 중간 평가 등을 모두 없애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사무국의 담당자들이 연간 1~2회 직접 연구자를 방문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과제 지원사항 등을 파악한다.

연구결과 창출된 모든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은 대학 또는 연구수행기관이 가지게 되며,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 원인을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셋번째로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출원∙창업 지원을 통해 연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이 성과가 국내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에 제공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ICT와 소재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에 필요한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지정테마를 시행해 기술과 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산업계 전체가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고 있다.

또 ▲기업과 연구자 간의 R&D 교류회를 통해 기업은 기술을 수혈하고, 연구자는 연구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 ▲50여명의 지정 전문 변리사를 통한 특허 출원 지원 ▲투자 알선과 마케팅 지원을 포함한 창업 멘토링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존에는 대학에서 출원한 특허는 기술을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인프라를 이용해서 교수들의 특허 품질을 높이는 일은 연구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서치 심포지엄(GRS)을 개최해 연구 성과를 세계의 석학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짐으로써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구 성과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연구의 글로벌화’라는 GRS의 취지를 살리고 해외 석학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분자신경과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해외로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가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 매진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가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함으로써 국가 미래미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육성된 기술 인력과 연구 성과가 삼성 외에도 다양한 기업∙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은 삼성 미래기술육성재단을 통해서는 기초 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통해서는 AI, IoT, 차세대 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미래기술 지원을 확대하여, 과학계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수 미래기술육성센터 전무는“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성과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양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5년간 연구풍토를 바꾸고 새로운 연구지원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열거나, 난제를 해결하려는 큰 목표에 도전하는 과제를 선정하여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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