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6주 연속 상승하며 1700대까지 치솟았다. 또 미국의 이란 제재 임박으로 국제유가 역시 연말 베럴당 90러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0년 셰일의 등장과 함께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지만 중동발 공급불안과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넘어가는 양상을 띄고 있다.

중국은 오는 23일부터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 관세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 160억 달러치에 5, 10. 20, 25% 차등 보복관세 부과방침을 밝히면서 LNG를 품목에 포함시켰다.

이번 조치에서 디젤, 휘발유 등 미국산 원유 생산품은 제외됐으나, 중국정부가 추가적 카드로 아껴둔 측면이 없지 않아 미국 정유화학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석유 수출 가운데 약 20%를 소화해 지난해 수입한 석유 제품의 양은 8100만 배럴, LNG 수입은 2610만톤에 이르는 국가다. 특히 천연가스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40년이면 수요가 현재보다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은 최근 5년 셰일의 등장에 힘입어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국가다. 이에 트럼프 정부에서 에너지 공급확대를 적극 추진해왔으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장벽을 세워버리게 되면 LNG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해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 지난해 67% 증가했지만 전체 중국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미국보다 더 가까운 카타르와 호주로부터 LNG 수입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중국은 현재 러시아로부터 장기적으로 LNG를 공급받기 위해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건설중에 있으며, 자체 생산량도 지난해 기준 연산 1487억㎥으로 꾸준하게 늘려왔다. 이 같은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오는 2023년이면 중국이 미국, 러시아, 카타르에 이어 세계 4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조기업의 생산비용 증가와 투자 축소의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면 국내 정유·화학업계 입장에서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은 "에너지를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무기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번 무역 전쟁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양상으로 전개되면 한국과 같은 수입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도 이번 상황을 단순히 국제 정치갈등으로 인한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닌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성장의 기회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우리나라 처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입장에선 대외적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가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면 '정제 마진' 상승을 기대할 수 있. 원유를 수입하는 시점의 가격보다 정제해 판매할 때의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격 차익이 발생한다.

이에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등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운송 기간과 경제성 등의 문제로 수입을 꺼려왔던 미국산·유럽산 등지로 수입 국가를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사우디 아람코 소속인 에쓰오일은 사우디로부터 독점 공급을 받는다.

다만 이란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업계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 중 콘덴세이트 비중은 74%를 차지한다. 이는 국내 전체 콘덴세이트 수입의 60%에 이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카타르, 남미 지역까지 콘덴세이트 수입처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이란산 공급이 차단되면 운송비 증가 등으로 시장 가격이 인상되면서 가격 협상력도 약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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