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소식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진=pixabay>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보험설계사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소식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부담과 근태관리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6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및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심의해 최종 의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노사단체, 전문가 등이 ‘고용보험제도 개선TF’를 꾸려 머리를 맞댄 결과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에게 실업급여부터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업자에게만 지급된다. 고용노동부는 먼저 어떤 직종에 고용보험을 적용할지와 관련된 세부방안을 올해 결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국회 법 개정 절차에 따라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특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이 보험설계사다. 올해 3월 기준 보험설계사 종사자는 총 33만9734명으로, 전체 특고(47만6674명) 가운데 71.3%를 차지한다. 설계사들 입장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보험설계사들의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입장은 누가 조사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보험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6.5%는 찬성, 38.0%는 반대, 45.5%는 선택권한 부여를 원했다. 반면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이 6월 147명의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7.6%가 고용보험 가입을 찬성했다.

실제 이야기를 들어본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현 상황을 혼란스러워했다. 시기도, 구체적 방안도 정해진 것 없이 의무적으로 고용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 고소득 설계사들을 뜻하는 MDRT(백만달러 원탁회의)에 오른 보험설계사 A씨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모두에게 선택권 없이 의무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고용보험료를 내는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 근태관리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며 “밖에 나가 있는 설계사들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원수사 소속 설계사는 현재도 회사로 출근한 뒤 각자 스케줄대로 이동하지만 GA(독립법인대리점) 소속 설계사 중에서는 아예 출근을 안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들을 회사가 관리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설계사가 내는 세금은 3.3%인데, 여기에 고용보험료까지 부담하게 되면 수입이 억대, 수십억대 되는 설계사들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설계사는 현재 사업소득세 3.3%를 내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여기에 고용보험료 0.65%를 더 내야 한다.

보험설계사 B씨는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회사에서 수수료 체계를 다르게 적용할 가능성이 높고, 근태관리도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 반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영업한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 직업의 장점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 C씨는 “아직 실제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100% 찬성, 반대를 말할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로선 60~70% 정도는 반대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이유는 B씨가 말한 것과 비슷했다. 30~40% 정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보험설계사 D씨는 “제도 자체에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지금은 거의 프리랜서와 비슷한 처지인 탓에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도 못받는다”며 “고용보험 적용되면 대출 받을 때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업계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부담이 된다”며 “아무래도 회사는 고용보험료를 내는 입장에서 설계사들 근태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하지 않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료를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로선 사업비 늘면 수익을 잘 내지 못하는 설계사들 위주로 정리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채용 확대 측면으로 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국 생각은 달랐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여부와 근태관리는 무관하다”며 “현재 수입에 기초해서 고용보험료가 적용되는데 설계사 개인으로 봤을 때 보수의 0.65%는 그렇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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