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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은행권이 인공지능(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업대출 심사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복잡하고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기업여신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 심사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심사·승인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인공지능이 아닌 서류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돼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 우리은행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을 적용한 ‘빅아이’ 시스템을 기업 여신 일부 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데 직접적으로 쓰이진 않지만 빅데이터 기반으로 기업 부실징후 정보를 쉽고 빠르게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은행들이 인공지능을 기업대출 심사 전반에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현재 기업대출 심사는 기업이 요청하는 대출신청 내용을 지점장이나 심사역 등이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재무제표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실제 서류상에 나와 있는 기업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기업이 지닌 미래 가치 등 사람의 직관이 필요한 평가도 심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대출을 담당했던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워낙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똑같은 재무제표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유망한 기업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재무제표 상에는 부채비율이 높지만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거나 추후에 상장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짜여 있는 기업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사람이 해당 기업 상황을 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부채를 갖고 있더라도 어떤 사람이 보느냐에 따라 심사가 달라질 수 있다”며 “A는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B는 좋은 기회가 있어 대출을 껴서라도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역이 다각적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가 각 은행이 지닌 여신 노하우”라고 강조하며 “아직은 이런 부분까지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해 판단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개인대출 같은 간단한 경우에는 인공지능을 통해서 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대출은 기업신용평가도 해야 하고 기업환경평가, 영업환경평가 등 비계량적 측면까지 심사역이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을 직접 다녀와 봐야 평가가 가능한데 재무평가 이외의 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며 “계량, 비계량 평가를 각각 인공지능과 사람이 역할을 나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계량 평가를 제대로만 해준다면 은행원 입장에서도 그 외 다른 부분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평가 시간도 단축될 수 있고 실수도 줄어들어 대출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하면 궁극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에까지 적극 활용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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